《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고대 중국의 마스크팩

고대 중국의 마스크팩

화타의 피부과 처방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삼국지 이야기에서 제일 유명한 의사가 누구인지 묻는다면 모두들 화타를 꼽을 것입니다. 소설 《삼국연의》 에서 관우의 팔을 수술하고 조조에게 뇌수술을 권한 화타는 실존 인물로, 중국 후한시대 말기에 활동하여 역사책 《삼국지》와 《후한서》에 전기가 수록되어 있지요.

그런데, 이 화타가 피부에 생기를 돋우는 마스크팩을 개발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

바로 《화타신방》이라고 하는 책에 크림팩을 만드는 방법이 실려 있는데요, 권14 〈화타피부과신방〉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처방을 살펴볼까요?

《화타신방》 14-1. 화타면고신방(華佗面膏神方)

‘화타면고신방’은 ‘화타/면고/신방’으로 끊어 읽고, 화타의 면고 처방법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면고란 무엇일까요? 은 얼굴, 는 기름을 뜻하는 만큼 ‘면고’는 얼굴에 바르는 연고가 되겠습니다.

면고 재료

이 연고는 무엇으로 만들었을까요? 재료의 목록이 아주 화려합니다.

  • 두형, 두약, 방풍, 고본, 세신, 백부자, 목란피, 당귀, 백출, 독활, 백복령, 위유, 백지, 천문동, 옥설 각 1냥
  • 토사자, 방기, 상륙, 치자화, 귤피, 동과인, 미무화 각 3냥
  • 곽향, 정향, 영릉향, 감송향, 청목향 각 2냥
  • 사향 반 냥
  • 흰 거위의 기름 반 되
  • 흰 양의 기름, 소의 골수 각 한 냥
  • 양??羊𦚠三具 세 개

목록을 자세히 보면 마지막 네 가지의 동물성 재료로 연고의 제형을 만들고, 나머지 스물여덟 가지 재료가 약효나 향을 내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28종의 약재를 넣은 한방 연고! 인 셈입니다.

면고 사용법

이 연고는 어떻게 사용했을까요?

눈처럼 하얗게 만들어서 매일 밤 얼굴에 바른다. 낮이 되면 씻어내고, [밤이 되면] 또 새롭게 바른다. [使白如雪,每夜塗面。晝則洗卻,更塗新者。]

그렇습니다. 씻어내는 크림팩이었습니다.

면고의 효과

이 크림팩을 매일 바르면 어떤 효과가 나타났을까요?

열흘이 지나면 얼굴빛이 복숭아꽃과 같을 것이다. [十日以後,色等桃花。]

피부에 복숭아꽃과 같은 생기가 생긴다고 합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연고가 아니었어요! 이것이 ‘피부과’ 처방의 첫 번째로 나오다니 예나 지금이나 피부과는 미용이 우선인가 봐요.

《화타신방》에 나오는 또 다른 피부관리 비법들

게다가 화타의 미용 처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1. 면고 만드는 방법
  2. 얼굴이 검어서 희고 맑지 않은 것을 치료(!)하는 방법
    • 20종의 약재로 가루약을 만들어 세안에 사용합니다.
  3. 얼굴에 기미가 많은 것을 치료하는 방법
    • 달걀로 팩을 만들어 얼굴에 바릅니다.
  4. 얼굴에 사마귀가 많은 것을 치료하는 방법
    • 2종의 약재로 가루약을 만들어 복용합니다.
  5. 얼굴에 여드름이 생긴 것을 치료하는 방법
    • 8종의 약재와 돼지기름으로 연고를 만들어 하루에 세 번 상처에 바릅니다.
  6. 얼굴에 붉은 뾰루지가 난 것을 치료하는 방법
    • 14종의 약재와 돼지기름으로 연고를 만들어 얼굴에 펴 바릅니다.

…피부과를 찾은 사람들은 다들 티 없이 희고 맑은 얼굴을 원했나 봅니다. 아무래도 외모가 출세에도 중요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화타신방》이라는 책의 정체

이 《화타신방》은 화타의 저작으로 알려져서인지 여러 데이터베이스에서 한나라 책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역사책 《삼국지》나 소설책 《삼국연의》에서나, 화타가 감옥에서 죽은 뒤 그가 지은 의학서가 없어졌다고 나오는데 말입니다.

한나라와 위나라, 진나라, 남북조 시대를 지나 중국 대륙을 재통일한 수나라. 이 수나라의 도서 목록인 《수서》 〈경적지〉에는 《화타신방》이라는 책이 나오지 않습니다. 비록 화타의 제자인 오보가 지은 《화타방》 10권은 있지만, 《화타신방》은 총 22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같은 책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즉, 수나라 떄는 《화타신방》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화타신방》의 첫 서문을 쓴 것은 수나라 이후에 들어선 당나라의 의사 손사막이었습니다. 서문에서 손사막은 자신이 우연히 손에 넣은 옛 의학서가 화타의 저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손수 편집해서 책으로 출간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화타신방》이 화타의 저작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입니다. 😢

하지만, 늦어도 당나라 때는 호화로운 마스크팩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나라 궁녀들은 피부 관리를 까다롭게 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