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米는 rice가 아니다

米는 rice가 아니다

삼국지 해석의 실수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한자 문화권에서 《삼국지》는 팬이 워낙 많다 보니 해석도 그만큼 다양합니다. 그런데 한문 원문을 잘못 해석해서 일어나는 실수도 적지 않습니다. 그중 하나가 ‘米’의 해석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米’라는 한자는 ‘미’로 읽고 쌀을 뜻합니다. 현대한국어에서 쌀이 주로 볍쌀(벼의 알곡, rice)이므로 米 또한 볍쌀로 해석하기 쉽지만, 한자 ‘米’와 한국어 ‘쌀’의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1. 곡물의 껍질을 벗겨야 米가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쌀’을 찾아보면 세 가지 풀이가 나옵니다.

  1. 벼에서 껍질을 벗겨 낸 알맹이.
  2. 멥쌀을 보리쌀 따위의 잡곡이나 찹쌀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3. 볏과에 속한 곡식의 껍질을 벗긴 알을 통틀어 이르는 말. 쌀, 보리쌀, 좁쌀 따위가 있다.

3번 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쌀’이라는 말에는 이미 rice 이외의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3번 풀이가 바로 《삼국지》에서의 米의 의미입니다. 즉, 米는 벼라는 특정 곡물의 알곡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곡물이든 껍질을 벗긴 상태의 알곡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벼를 가리키는 말은 ‘稻(도)’입니다. 마침 稻와 米의 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예시가 《삼국지》에 나옵니다.

사람들은 처자를 이끌고 손에 넣었던 벼[稻]를 빻아서 60곡의 쌀[米]을 얻었다. [率妻子舂所取稻得六十斛米] 《삼국지》 오지15 〈종리목전〉.

즉, 稻라는 종류의 곡물을 빻아서 껍질을 벗겨야 米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갈량의 식사량 米(미) 3–4승은 이미 도정한 결과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3승의 쌀에 다시 도정을 가해서 실제 식사량이 1.8승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진서》 원문에 맞지 않습니다.

2. 벼가 아닌 곡물도 米가 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삼국지》 예문에서는 벼를 빻아서 쌀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米는 볍쌀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당나라 때 편찬된 백과전서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통전》에서는 米의 종류로 粱(량)과 稷(직)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粱과 稷이 어떤 곡식인지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확실한 것은 볍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죽은 사람의 입에 넣는 米는 임금의 경우 粱, 대부의 경우 稷, 사의 경우 粱이다. [米,君以粱,大夫稷,士粱] 《통전》 예44 〈함〉.

또 《예문유취》 권85 〈백곡〉 편의 목차로 稻는 있지만 米는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래와 같이 곡식의 다섯 가지 변화 중 네 번째 단계로 米를 정의했습니다.

《춘추설제사》에 따르면 곡식[粟]에는 다섯 가지 변화의 단계가 있다. 싹이 트면 苗(묘)가 되고, 이삭이 패면 禾(화)가 되고, 세 번째 변화로 제사를 지낼 때는 粟(속)이라고 부르며, 네 번째 변화는 米(미)라고 하고, 다섯 번째 변화로 쪄서 밥을 지으면 먹을 수 있다. [《春秋說題辭》曰:粟五變,生為苗,秀為禾,三變而祭謂之粟,四變曰米,五變而蒸飯可食。] 《예문유취》 권85 〈백곡〉.

그러므로 오두미도의 ‘미’를 볍쌀로 한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두미도에서는 볍쌀이 아니라 도정된 곡물을 받았던 것입니다. 米는 도정하기 전의 粟과 구별됩니다. 아마도 창고에 오래 저장할 곡물이 아니라 바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곡물을 받고자 한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