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현미밥을 먹다 [糲食] [🔒 무료 미리보기]
려糲를 “현미”라고 번역했지만, 진한 시대에는 벼를 가리키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강남에서 주로 먹었던 벼가 중원의 주식이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므로, 조나 수수였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쌀”의 세 번째 풀이로 해석하면 됩니다.
볏과에 속한 곡식의 껍질을 벗긴 알을 통틀어 이르는 말. 쌀, 보리쌀, 좁쌀 따위가 있다.
그러니 고대중국어 미米도 현대한국어 “쌀”도 반드시 벼로 해석되지만은 않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겉곡식을 속粟, 껍질을 벗긴 속곡식을 미米라고 했습니다. 속粟과 미米의 부피 차이를 계산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중국 최초의 산술서 《구장산술》의 아홉 개 장 중에서 〈속미粟米〉가 하나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속미〉의 계산법에 따르면 속粟 > 려미糲米 > 패미粺米 > 어미御米의 순서로 부피가 작아집니다. 껍질을 많이 벗길수록 고급이었던 셈입니다. 도정하는 데 노동력이 더 들고 씹어먹기에 더 편해서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