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사람들의 세정제
🙋 질문
그 시대 사람들은 지금의 비누나 샴푸, 퐁퐁에 대응하는 물건으로 무엇을 사용했을까요?
💁 답변
그렇습니다. 아가 세정제의 역사를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 시대에는 비누와 계면활성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나라 사람들은 몸이나 물건을 깨끗하게 씻기 위해 어떤 물질을 사용했을까요?
우선 한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잘 씻었는지부터 알아봅시다. 후한 말의 한자 사전 《설문해자》에서 물과 연관된 〈수부〉를 살펴보면, 몸을 씻는 것과 관련된 표현을 다섯 개나 찾을 수 있습니다.
- 목: 머리를 감기
- 매: 얼굴을 씻기
- 욕: 몸을 씻기
- 조: 손을 씻기
- 세: 발을 씻기
《설문해자》 권12 〈수부〉
즉, 한나라 사람들은 몸을 씻는 행위를 가리킬 때 머리카락, 얼굴, 손, 발 등 부위마다 각기 다른 용어가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목욕이 상당히 발달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한나라 사대부들에게는 성별에 따라 다른 욕실을 써야 한다는 규범이 있었습니다.
바깥사람(남자)과 안사람(여자)은 같은 우물을 쓰지 않고, 같은 욕실에서 목욕하지 않는다. [外內不共井,不共湢浴] 《예기》 〈내칙〉
그렇다면 얼굴과 몸을 어떻게 씻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을까요? 《예기》 〈내칙〉에는 윗사람을 모시는 예절 중 목욕 수발을 드는 것이 나옵니다.
닷새마다 물을 데우고 몸을 씻으시기를 청한다. 사흘마다 머리를 감으실 준비를 갖춘다. 그사이에 얼굴에 때가 있으면 쌀뜨물을 데우고 얼굴을 씻으시기를 청한다. 발에 때가 있으면 물을 데우고 발을 씻으시기를 청한다. [五日,則燂湯請浴,三日具沐,其間面垢,燂潘請靧;足垢,燂湯請洗。]
《예기》 〈내칙〉
즉, 몸과 발은 따뜻한 물로 씻고, 얼굴은 쌀뜨물로 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욱 상세한 내용은 《예기》 〈옥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손은 하루에 다섯 번 씻는다. [日五盥]
- 머리를 감을 때는 메기장을 쓰고 얼굴을 씻을 때는 기장을 쓴다. [沐稷而靧粱]
- 젖은 머리는 나무 빗으로 빗고 마른 머리는 상아 빗으로 빗는다. [櫛用樿櫛,發曦用象櫛]
- 몸을 씻을 때는 상체와 하체에 각각 다른 수건을 쓴다. [浴用二巾,上絺下綌]
《예기》 〈옥조〉
한나라의 “군자”들은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을 때 각기 다른 곡물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아쉽게도 《예기》에 명시된 규범이 실제로 지켜졌는지에 관한 증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예기》를 편집한 전한시대 유교맨들이 씻는 것을 까다롭게 중시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습니다.
여담
한나라 이후 진나라로 가면 세정제를 오용(?)한 기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세설신어》 〈비루〉에 나오는 일화로, 진나라의 귀족 왕돈이 공주와 결혼한 뒤 저택에서 화장실에 갔을 때 시녀들이 손을 씻을 물과 조두를 내어 오자 조두를 물에 타서 마셔 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조두’란 곡물 등으로 만든 일종의 가루비누를 말합니다. 왕돈은 조두가 미숫가루인 줄 알았다고 말했지만, 예전 포스트 〈“주색” 넘치는 향연〉의 일화를 살펴보면 자존심 센 왕돈이 공주와 일부러 기싸움을 벌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자와 오타쿠를 위한 삼국지 100문 100답》에 응모된 질문에 대한 답변 예시로 작성했습니다. 평소에 삼국지 썰을 풀다가 궁금하셨던 점이 있으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여 질문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