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봉’, 엄지척이 중국 전통에도 있었을까?
현대 한국에서 격식을 덜 차리는 상황의 경우 상대를 칭찬할 때 “따봉!”이라고 말하면서 엄지손가락을 펴 들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흔히 “따봉”이라고 불리는 엄지척 동작의 유래를 동아시아 고전 문헌에서 찾아보겠습니다.
0. “따봉”의 유래와 의문
우선 “따봉”이라는 말 자체의 기원은 명백합니다. “따봉”은 포르투갈어로 “좋아!”를 의미하는 “Está bom!”의 축약형 “Tá bom!”입니다. 포르투갈어인 이유는 배경이 브라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세기에 브라질산 오렌지로 만든 주스의 텔레비전 광고가 크게 유행했는데, 그 광고에 나온 “Tá bom!”이라는 멘트가 한국어에 자리 잡아 지금까지 쓰이게 된 것입니다.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동작의 유래도 얼핏 보면 명백한 듯합니다. 흔히 고대 로마의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검투사를 살려주기를 원하면 엄지손가락을 위로 들었고 죽이기를 원하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 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습니다. 2017년의 《TIME》 기사에 따르면,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것은 오히려 검투사를 죽이라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의 경우, “thumbs-up”의 유래를 아서 가이 엠피(Arthur Guy Empey)의 1917년 책 《Over the Top》에서 찾고 있습니다. 엠피는 1차 세계 대전 시기 영국군에서 복무한 미국인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동작이 영국군에서 자기 일이 다 잘 돌아간다는(everything is fine with me) 의미로 쓰였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세계 최초일까요? 게다가 “thumbs-up”은 일단 긍정적인 의미라는 데서 “따봉”과 통하는 듯하지만, 자기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점에서는 남을 칭찬하는 한국의 “따봉”과 의미가 다릅니다. 그러므로 서양, 특히 영미권에서 제시하는 설만으로는 동아시아 문화에서 엄지손가락을 드는 행위의 의미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1. 엄지척, 19세기 중국 소설에 등장하다
동아시아에서 엄지손가락을 드는 동작의 유래를 찾기 위해 Chinese Text Project(CTP)를 뒤져 보았습니다. 일단 고전 한문에서 엄지를 가리키는 巨指(거지) 및 大指(대지), 그리고 근세 이후의 표현인 大拇指(대무지)로 검색해 보았지만 CTP에서 정식으로 제공하는 문헌에서는 엄지손가락을 올리는 동작을 묘사한 내용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검색 대상을 넓혀 CTP 위키 섹션에 들어 있는 문헌까지 뒤져 보았더니 드디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엄지를 언급하는 문장들을 하나하나 다 읽고 찾아낸 결과를 종합해 보면, 주로 청대 말기의 소설에서 엄지를 드는 동작이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이른 것은 진삼(陳森)의 1837년 소설 《품화보감》(品花寶鑒)으로 추정됩니다. 바로 이 소설의 제18회에서 등장인물이 엄지를 세우고[豎起大拇指] 상대를 칭찬했습니다. 적어도 중국에서는 19세기 중반에 엄지척 동작이 쓰였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더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요? 주목할 점은 18세기 소설 《유림외사》와 《홍루몽》에서는 이 동작을 묘사하는 표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두 소설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시기에 엄지척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분량이 방대하고 묘사가 풍부하기 때문에, 엄지척으로 상대를 칭찬하는 관습이 있었다면 작중에 한 번이라도 쓰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엄지척이 18세기 이전에도 존재한 관습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2. “거벽”, 맹자의 엄지손가락 비유
중국 소설에서 엄지척 동작이 19세기, 청나라 말기에 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인물을 엄지손가락에 비유하는 언어 습관은 더 이른 시기에도 찾을 수 있습니다. 엄지를 가리키는 또 다른 표현으로 巨擘(거벽)이 있습니다. 《맹자》 〈등문공 하〉 편에서 맹자는 “제나라의 선비들 중에서는 진중자를 거벽이라고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최고로 뛰어난 인물을 엄지손가락에 비유하는 것은 무려 전국 시대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거벽”이라는 말이 널리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CTP에서 정식으로 제공하는 문헌에서 검색하면 맹자가 쓴 용례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더 마이너한 문헌까지 찾아보기 위해 Scripta Sinica로 가면, 송나라 사람 이심전(李心傳, 1167–1243)의 저작 《건염이래조야잡기》(建炎以來朝野雜記)라는 책에 “역사가 중의 거벽”[史家之巨擘]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이 맹자를 제외한 가장 이른 시기의 용례입니다.
3. 결론
종합하면 영미권의 “thumbs-up” 이전에 중국에서 청나라 말기 19세기에 엄지척으로 남을 칭찬하는 동작이 있었습니다. 이 동작이 그 이전에도 존재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뛰어난 인물을 엄지손가락에 비유해 칭찬하는 언어 용례는 기원전 4세기에 이미 존재했습니다. 이 용례가 꾸준히 이어져 왔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12세기 이래의 문헌에서는 드문드문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