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 붉은 깃발에는 과연 “漢”이라는 글자가 있었을까?
한나라를 나타낼 깃발을 고민하다가, 마왕퇴한묘 1호 무덤에서 나온 칠기 무늬를 바탕으로 君幸食(군행식)이라는 글자를 넣었습니다. 한나라를 상징한다고 하면서 왜 漢(한)이라는 글자를 쓰지 않았을까요? 그 까닭은 아(雅)가 한나라에 그런 깃발이 있었다고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의문 1: 깃발에 글자를 썼을까?
중국 전국시대나 삼국시대 등을 배경으로 한 고장극에서는 군대의 깃발에 나라 이름이나 장수의 성을 커다랗게 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거의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깃발의 모습이 과연 당시의 실제 상황에 부합했을까요? 송도진 번역의 《삼국지》 주석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사서에 따르면 이 당시 작전에 사용한 깃발은 글씨를 쓰지 않고 색깔로 표시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오색 깃발이었다. … 깃발에 커다랗게 글씨를 쓰는 것은 남송(南宋) 초기 소설에 비로소 등장한다. 송도진 (2019). 《삼국지 1: 정사 비교 고증 완역판》. 글항아리.
즉, 한나라를 대표하는 깃발이라고 해서 漢(한)이라는 글자를 썼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의문 2. 한나라의 깃발은 무슨 색깔?
그렇다면 한나라의 상징은 깃발에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사기》 〈회흠후열전〉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신이 조나라를 치면서 군대에 내린 명령을 살펴봅시다.
조나라 깃발을 뽑고 한나라의 붉은 깃발을 세워라. [拔趙幟,立漢赤幟。] 《사기》 〈회흠후열전〉.
조나라 깃발의 색깔이나 무늬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나라 깃발은 붉은색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의문 3. 깃발의 모양과 크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깃발은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이고, 한가운데 글자를 쓰고 테두리에 장식을 두른 모습을 주로 상상합니다. 하지만 이것조차 한나라의 실상에 부합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래 그림에서는 전국시대 유물에 나타난 전투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두 군대가 배 위에서 창을 겨누고 있고, 각 군대의 선봉에서는 각기 기를 들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깃발이 사각형이 아니라 가늘고 길고 화려하다는 것입니다. 즉, 이때의 깃발은 flag라기보다 banner에 가깝습니다.

이런 깃발의 모양은 전국시대뿐만 아니라 삼국시대의 기록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고려사절요》에 인용된 “옛 책”에 따르면, 조조의 문에 세운 극(창의 일종)에는 길이 1장 2척짜리 깃발을 달았다고 합니다.
문하성이 아뢰기를, “삼가 옛 책을 상고하건대, 극(戟)의 제도는 창처럼 두 가닥으로 되어 그 끝에 칼을 꽂는데 위 무제(魏武帝)의 문에 세운 극은 두꺼비 머리를 써서 기를 달며 깃발의 길이는 1장 2척이고 청색과 황색이 섞였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궁전과 태묘의 문에 세운 극은 모두 귀신의 얼굴을 그려 실로 근거가 없으니, 옛 제도를 따라 두꺼비 머리로 고쳐 그리게 하소서.” 하니, 따랐다.
《고려사절요》 제4권 〈문종 인효대왕 1〉
1장 2척이면 오늘날의 단위로 3미터에 가깝습니다. 궁전의 문에 세운 깃발이 3미터에 달했다면, 군대에서 선봉에 세운 깃발은 아마 더 길지 않았을까 합니다.
결론
그래서, 아무래도 직사각형에 漢(한)이라고 쓰는 깃발은 한나라답지 않다고 판단하고 실제로 있는 물건에 가깝게 君幸食(군행식)이라는 글자를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