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향(梅花衣香) 제작 방법
《향승》 권19 〈훈패지향〉 열두 번째 합향
이 블로그에서는 여러 해 전 〈송나라 사람들과 명나라 사람들은 향낭에 무엇을 넣었을까?〉라는 포스트로 《향승》 권19 〈훈패지향〉의 몇 가지 향을 소개했습니다. 나중에는 매화의향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이후 《향승》을 더 상세히 읽고 향에 관해 더 조사해 본 결과 당시에 만든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매화의향을 제대로 만들고자 합니다.
우선 매화의향을 만드는 방법을 《향승》 권19 〈훈패지향〉에서 다시 복습해 봅시다.
영릉향, 감송, 백단, 회향, 정향, 목향, 용뇌가 필요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얼핏 보면 간단한 것 같습니다. 영릉향부터 목향까지 여섯 가지 재료를 거칠게 간 다음 용뇌를 추가하면 끝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만들었을 때는 용뇌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한 번에 믹서에 넣고 갈아 버렸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우악스러운 방법입니다.
이 방법의 문제는 일단 각 재료의 물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 번에 갈아서 가루 입자가 고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재료를 적절히 가공하지 않고 통째로 믹서에 넣었기 때문에 향이 제대로 우러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매화의향에서는 목향이 두드러졌습니다. 배합을 보면 전체의 1/22에 불과한 목향이 왜 이렇게까지 튀는지가 의아했지만, 매화의향의 진짜 냄새를 몰랐으므로 그냥 원래 목향의 향이 강한가 보다 하고 넘어갔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텀블벅 프로젝트 《매화사보: 소매 끝에서 풍기는 매화의 냉향》을 준비하면서는 매화의향을 대강 만들 수 없었습니다. 후원해 주신 분들께 제대로 된 향을 전달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일단 믹서를 버리고 모든 재료를 손절구로 일일이 빻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믹서를 썼던 까닭은 영릉향과 감송을 손절구로 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잎을 쓰는 영릉향은 잎자루가, 뿌리를 쓰는 감송은 껍질과 잔뿌리가 질겨서 가루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영릉향과 감송을 잘 빻을 수 있을지 검색해 보니, 애초에 영릉향과 감송을 통째로 빻으려고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습니다. 향을 만들 때 영릉향은 잎자루를 버리고 잎몸만 사용해야 하며, 감송은 껍질과 잔뿌리를 제거한 상태로 사용해야 했던 것입니다.
약재상에서 영릉향을 구매하면 어디서 사든 잎자루가 잎몸에 붙어 있는 상태로 옵니다. 심지어 향도 없는 잎자루의 양이 향이 있는 잎몸보다 더 많습니다. 그러니 잎자루를 포함한 상태로 계량해서 사용했을 때 실제로 향이 나는 부분은 절반도 안 되었던 것입니다. 텀블벅 프로젝트에서는 영릉향 108그램이 필요했기 때문에, 잎자루가 포함된 상태에서는 200그램 이상을 손질해야 했습니다. 잎에서 잎자루를 분리해 주는 기계가 없으므로 손으로 잎자루를 일일이 따서 버리고 잎몸만 남겼습니다.
| 영릉향 잎자루/잎몸 분리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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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감송은 껍질과 잔뿌리가 제거된 형태로 파는 곳을 찾아서 새로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감송 뿌리 하나하나는 굵고 길고 질기기 때문에 손절구에 그대로 넣으면 분쇄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송 108그램도 손으로 하나하나 잘라서 작은 조각으로 만든 다음에야 빻았습니다.
| 손질 전 | 손질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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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질을 끝낸 뒤 모든 재료를 따로따로 손절구로 빻았습니다. 서로 다른 재료를 함께 빻으면 가루가 고르게 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재료의 배합 비율을 유지하면서 총 17그램을 맞추기 위해 영릉향, 감송, 백단, 회향 각 3.75그램, 정향, 목향 각 0.75그램씩을 취해서 섞은 뒤 용뇌 0.5그램을 추가해서 주머니에 담았습니다. 이번에는 주재료인 영릉향과 감송의 향이 충분히 우러나와서 목향이 튀지 않고 조화로운 향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