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송나라 사람들과 명나라 사람들은 향낭에 무엇을 넣었을까?

송나라 사람들과 명나라 사람들은 향낭에 무엇을 넣었을까?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허리에서 은은하게 코를 자극하는 향기를 풍기는 향낭은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중요한 장식품이었고, 창작물에서도 매력적인 장치로 자주 사용됩니다. 단순히 향낭이라는 아이템을 등장시킬 뿐만 아니라, 향낭에서 어떤 향기가 나는지를 묘사할 수 있다면 더욱 즐거운 창작이 되지 않을까요? 여러 창작물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은 매화 꽃잎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옛날 사람들은 향낭에 어떤 향을 넣었을까요?

향낭에 한 가지 재료만 넣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실제로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때부터 다양한 향료를 섞어서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물이 존재합니다. 마왕퇴 한묘 1호 무덤의 향로와 향낭에서 신이(목련꽃 봉오리), 산초, 계피, 생강 등의 향료가 함께 발견된 것입니다. 한나라 이후의 사람들은 ‘합향’이라는 개념으로 향의 배합을 고민했고, 늦어도 당나라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향방(조향 레시피)이 개발되어 지금까지도 이름을 남기고 있습니다. 다양한 합향의 명칭과 향방을 송나라 사람 진경의 《진씨향보》와 이를 확장한 명나라 사람 주가주의 《향승》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향낭의 내용물을 탐구하는 것이므로, 《향승》에서도 향로에 넣어 데우는 향보다는 향낭에 넣어 패용하는 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해당 내용은 권19 〈훈패지향〉에 집중적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래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이름에 ‘의향’ 이 많은 데서 옷에 향기를 입히는 것이 목적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매예향(梅蕊香)

  • 재료: 정향 반냥, 감송 반냥, 곽향잎 반냥, 백지 반냥, 모란피 1돈, 영릉향 1냥 반, 반상회향(팔각회향) 5푼(볶아서).

순령십리향(荀令十里香)

  • 재료: 정향 반냥, 단향 1냥, 감송 1냥, 영릉향 1냥, 생용뇌 약간, 회향 5푼(살짝 볶아서).
  • 특기사항: 회향을 적당히 볶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 볶으면 향이 안 나고 너무 볶으면 꽃 냄새가 없어집니다.
  • ‘순령’은 《삼국지》에 나오는 순욱이죠!

의향(衣香)

  • 재료: 영릉향 1근, 감송 10냥, 단향 10냥, 정향피 5냥, 신이 2냥, 회향 2돈(볶아서).

매화의향(梅花衣香)

  • 재료: 영릉향 5돈, 감송 5돈, 백단 5돈, 회향 5돈, 정향 1돈, 목향 1돈, 용뇌 약간
  • 특기사항: 이름에 매화가 들어가지만 재료에는 매화가 안 들어갑니다. 매화를 안 쓰고 매화의 향을 내는 것을 일종의 스킬로 여긴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매악의향(梅萼衣香)

  • 재료: 정향 2돈, 영릉향 1돈, 단향 1돈, 반상회향 5푼(미세하게 볶아서), 목향 5푼, 감송 1돈 반, 백지 1돈 반, 용뇌 약간, 사향 약간, 매화
  • 특기사항: 매화를 마련하는 방법이 까다롭습니다. 청명하고 바람이 없는 날 황혼에 아직 안 핀 것을 골라야 하고 꽃술이 있어야 하고…

련예의향(蓮蕊衣香)

  • 재료: 연꽃술 1돈, 영릉향 반냥, 감송 4돈, 곽향 3돈, 단향 3돈, 정향 3돈, 회향 2푼(미세하게 볶아서), 백매(말린 매실) 과육 3푼, 용뇌 약간

남양공주훈의향(南陽公主熏衣香)

  • 재료: 지주향 1냥, 백지 반냥, 영릉향 반냥, 사인 반냥, 정향 3돈, 사향 5푼, 당귀 1돈, 육두구 1돈

모든 재료는 갈아서 종이로 싼 뒤 비단 주머니에 넣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모든 합향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재료가 영릉향과 정향입니다. 영릉향(零陵香)은 좀 더 고풍스럽게는 혜초(蕙草)라고 하고, 《태평어람》에 따르면 조조가 집을 정화할 때 이 혜초를 태우도록 했다고 합니다. 정향(丁香)의 옛 이름은 계설향(鷄舌香)이고, 《한관의》에 따르면 시중이 황제에게 말할 때 입냄새를 없애기 위해 입에 물고 있었다고 합니다. 둘 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량으로 구매할 수 있으므로 직접 향을 체험해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제 창작물에서 A가 매화 냄새를 풍길 때 B가 A의 향낭에 들어간 것이 매화를 흉내낸 매화의향인지 진짜 매화를 쓴 매악의향인지를 알아맞히는 장면을 넣을 수 있어요! C가 순령십리향을 만들었는데 D가 회향을 너무 오래 볶았다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