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향로 위의 약속

향로 위의 약속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유협은 번쩍이는 황금 향로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았다. 조조의 눈에도 저렇게 일그러지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겠지.

황제의 문구와 서류를 정리하던 시중侍中 순욱이 황제의 시선을 눈치챈 듯 물었다.

“신이 향을 피워 드릴까요, 폐하?”

입안에 계설향雞舌香이 들었을 텐데도1 그의 발음은 또렷했다. 유협은 떨지 않으려고 애쓰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향은 경이 차고 있는 주머니에서 나는 것으로 충분하다.”

“황공합니다. 신이 폐하의 코를 어지럽혔습니다.”

순욱은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어떻게 천한 신하의 향으로 지존至尊을 즐겁게 해 드릴 수 있겠습니까? 이 향이 마음에 드신다면 부디 신이 폐하를 위해 재료를 더 섞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유협은 거절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순욱은 조조의 사람이다. 그가 하는 말은 가능한 한 들어주어야 했다.

‘조조에게는 황제가 필요해. 내가 죽으면 곤란해질 테니 향에 독을 타지는 않겠지.’

“그러면 이 황금 향로를 써도 좋다.”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순욱은 환관들을 불러 한 명은 향로에 숯을 넣고 다른 한 명은 맷돌과 새로운 재료를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자기의 향낭을 풀어 재료를 꺼냈다. 달큰한 감송과 회향2 정도는 유협도 식별할 수 있었다. 순욱은 모든 재료를 펼쳐 놓는 듯하더니 하얀 덩어리는 도로 집어넣었다. 유협은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용뇌龍腦라는 물건입니다.3 지금 폐하를 편안하게 모시기에는 적절하지 못할 것 같아서 여기에는 넣지 않겠습니다.”

유협은 미심쩍었다. 그 동안 순욱은 환관이 가져온 마른 줄기를 골라 손으로 바수었다.

“그 재료는 뭔가?”

“백부자白附子입니다.4 놀라고 위축된 마음을 안정시켜 줍니다.”

유협은 신하가 황제의 마음속을 감히 드러내는 무례를 꾸짖지 못했다. 조조의 장자방 앞에서 불안하지 않은 척해 보았자 속여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음으로 순욱은 노란 덩어리를 맷돌에 넣어 갈았다.

“훈륙薰陸이라고 합니다.5 정신을 집중하고 호흡을 깊게 하는 데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순욱은 재료를 모두 모아 소합유에 섞고 꿀로 빚어 환약을 만들었다.6 환약을 향로에 넣자 곧 향기가 퍼졌다.

순욱이 말한 효과는 사실이었다. 한 순간의 평안이라도 좋았다. 조조가 옆에 없을 때만이라도 안식을 선사하겠다는 약속이었다.


  1. 《한관의》에 따르면 후한 말 황제를 모시는 상서랑들은 입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입에 정향을 물고 있어야 했습니다. 

  2. 순령십리향과 한건녕궁중향의 공통 재료. 

  3. 순령십리향에만 들어가는 재료. 차갑고 싸한 향이 납니다. 

  4. 한건녕궁중향에만 들어가는 재료. 효능은 바이두백과에서 찾았습니다. 

  5. 한건녕궁중향에만 들어가는 재료. 훈륙은 유향을 말합니다. 

  6. 한건녕궁중향을 만드는 마지막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