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5-1. 낭고의 상
건안6년 봄 1월. 관도에서.
조조는 진궁을 앞에 앉혀 놓고 대뜸 말했다.
“목 좀 뒤로 돌려 봐.”
진궁은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어쨌든 조조가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조조의 주문은 까다로웠다.
“어깨는 틀지 말고 목만 돌리라니까.”
“이 정도면 됐어요?”
“더. 완전히 뒤를 볼 수 있을 만큼.”
진궁은 고개를 양 옆으로 한 번씩 돌려 보고는 말했다.
“안 되는데요.”
“이상하네. 경卿이 안 될 리가 없는데.”
조조는 두 손으로 직접 진궁의 머리를 잡고 힘껏 돌려 보았다. 목에서 뚝뚝거리는 소리가 났다.
“안 아파?”
“아파요.”
“아픈데 왜 말을 안 해?”
“이번에야말로 공公이 내 목을 비틀어 죽여 줄 줄 알았죠.”
조조는 진궁의 등을 철썩 소리가 나게 때렸다.
“얘가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안 죽여 줄 거면 괴롭히지 마세요.”
진궁은 조조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조는 두통이 도졌는지1 이마를 짚고 중얼거렸다.
“어떻게 고孤를 안 따를 수 있지?”
“갑자기 해묵은 원한이 떠올랐어요? 발 자르고 가둬 놓은 걸로 안 풀렸어요?”
“다리를 못 쓴다는 같잖은 핑계나 대고 말이야.”
문간으로 나가던 진궁은 조조를 돌아보면서 벌컥 화를 내었다.
“맹덕, 자子2는 대체 오늘따라 나한테 왜 이러는데요?”
조조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아니, 경卿 이야기가 아니야.”
진궁은 납득하지 않았다.
“그럼 누군데요?”
“사실은 어떤 어린애3가 똑똑하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불렀는데 그 녀석이 팔다리가 불편해서4 못 오겠다는 거야.”
“그래서요?”
조조는 잠시 망설였다. 진궁을 달래기는 달래야 했다. 어차피 천하의 정세와 관련된 것도 아니니까 말해도 큰일은 없을 터였다.
“걔가 낭고狼顧의 상이라고 하더라고.”
“늑대가 돌아보는 게 어쨌는데요?”
“고개를 돌려서 뒤를 볼 수 있으면 주인을 배반할 관상이래.”
진궁은 코웃음을 쳤다.
“엉터리네. 그게 진짜면 내 목이 두 바퀴는 돌았게요?”
조조는 진궁의 기분이 좀 풀린 듯해서 안심했다. 진궁은 조조를 도도하게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오늘부터 연습해야겠어요.”
“뭘?”
“목 뒤로 돌리기요.”
“얘가 진짜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조조는 진궁의 등짝을 한 번 더 때리려고 일어섰다.
조조가 ‘그 녀석’을 떠올린 것은 7년 뒤,5 진궁을 스포일러로 스포일러하고도 화가 안 풀린 채였다. 자기를 거절하는 자들을 그냥 둘 수 없었다. 즉시 사자를 보내 이번에도 안 오면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을렀다. 마침내 도착한 그 녀석이 정말 낭고의 상인지 확인해 보니 과연 고개를 돌려 뒤를 볼 수 있었다.6
- 사마의가 조조에게 출사하게 되는 이야기에 대한 리퀘스트를 받았는데 이 시리즈로 드려도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