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외전 3-1-1. 너에게 죽은 새를 선물할게

외전 3-1-1. 너에게 죽은 새를 선물할게

건안10년 4월, 업에서.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진궁은 오늘따라 밥상 앞에서 말이 많았다.

“여름이니까 꿩고기 육포 반찬은 어울리는데,1 국에까지 꿩이 들어갔네요. 꿩고기 소비 장려 운동이라도 시작한 거예요? 아니면 사공부司空府에 꿩이 떼로 날아왔어요?2 여기선 그런 거 안 보이던데.”

조조는 잘 되었다 싶으면서도 놀랐다.

“언제부터 그렇게 식사 메뉴에 관심이 많았어?”

“화초 키우기 말고는 달리 할 일도 없으니까… 날마다 변하는 거라곤 그것뿐이고…”

진궁은 조조가 말을 더 하기도 전에 혼자 풀이 죽었다.

“그렇다고 형여刑餘의 몸이 반찬 투정을 하겠다거나 팔진八珍3씩이나 바라거나 하는 건 아니고요. 잘 먹겠습니다.”

조조는 아빠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왜 차렸는지 알아내 봐. 똑똑하다며.4

진궁은 시자가 가져온 물그릇에 손을 씻고5 육포를 찢으며6 말했다.

“공이 이유가 있으니까 시켰겠죠. 그렇다고 뭔가를 축하하는 음식이라기엔 공의 스케일에서 좀 조촐한 것 같고.”

“딱 보면 안 떠올라? 모르는 척할 거야?”

“입에 음식 물고 말하는 거 아녜요. 왜 그렇게 재촉해요?”

조조는 밥알을 튀겨 가며 따졌다.

“우리가 꿩고깃국을 왜 먹었는지 기억하잖아.”

“내가 지금 이 꼴로 살면서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건 옛날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거든요.”

“누가 나쁜 기억을 떠올리래? 좋은 추억도 있을 거 아냐.”

진궁은 국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입을 열었다.

“내가 동군태수부에서 공을 뵐 때 예물로 꿩 가져갔던 거 말이죠?”

조조에게야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었다. 진궁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 꿩을 들고 간 게 당연하지, 내가 물오리를 들고 갔겠어요, 아니면 기러기를 들고 갔겠어요?7 아무튼 왜 하필이면 오늘 차렸는지는 정말 모르겠는데요. 무슨 변덕인가요?”

조조는 상냥하게 물었다.

“공대가 어떤 계기로 나를 찾아왔었지?”

진궁은 《급취편》을 외우는 학동8처럼 대답했다.

“동군에 침입한 흑산적을 친 걸 기념했었죠.”

조조가 손뼉을 쳤다.

“그렇지. 그 흑산적이 드디어 천하에서 완전히 없어졌다고.”

“담장 안에 갇힌 포로가 천하의 일을 알아서 뭐하겠어요.”

“왜, 13년 전에는 고향에서 흑산적을 쫓아내 줘서 고맙다고 나한테 폐백으로 꿩까지 바쳤잖아.”

진궁은 조조가 등을 쓰다듬어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 폐백으로 생긴 연이 끝까지 갔다면 지금 내가 공의 포로로 있겠어요?”

“고가 인정이 과해서 공대가 주인을 바꾸고 다녀도 살려준 거지.”

“아, 네,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조조는 진궁의 비아냥을 애교로 넘기는 데 익숙했지만 문득 다른 것이 떠올라서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경이 폐백을 바친 상대는 나밖에 없지?”

“몰라요.”

조조는 인상을 썼다.

“장막이나 여포한테도9 꿩을 줬나?”

“기억 안 난다니까요.”

“그럼 고가 원하는 대답을 해.”

진궁은 버텼다.

“싫어요.”

“어쩌면 그렇게 자기밖에 몰라?”

“꿩고깃국 다 식겠어요. 어서 잡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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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꿩을 폐백으로 삼는다. 꿩은 먹이로 꾀어 새장에 넣어 길러도 복종시킬 수 없기에 사가 꿩을 폐백으로 삼는 것이다.10


  • 조조와 진궁의 첫 만남에 대한 날조입니다.
  1. 《예기》 〈내칙〉에 따르면 여름에는 말린 꿩고기를 개기름으로 조리해 먹는다고 합니다. 

  2. 서한 말에는 특정 부서에 꿩이 무리지어 날아오는 것으로 하늘의 징조를 삼았습니다. 

  3. 《예기》 〈내칙〉에 나오는 여덟 가지 진미. 지금 알려진 팔진미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4. 《삼국지》 〈장막전〉 주석에 인용된 《전략》. “공대는 평소에 지모가 넘친다고 자부하더니~” 

  5. 《회남자》 〈태족훈〉에 따르면 식사 전에 먼저 손을 씻는 것이 에티켓입니다. 

  6. 《예기》 〈곡례 상〉에 따르면 말린 고기는 이로 뜯지 말고 손으로 찢어야 합니다. 

  7. 대부大夫는 기러기, 사는 꿩, 서인庶人은 물오리나 닭을 예물로 삼습니다. 

  8. 《급취편》은 글자 교본입니다. 

  9. 진궁의 두 번째 주인과 세 번째 주인입니다. 

  10. 《설원》에 나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