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1-7. 욕심 많고 잔인한 사람

1-7. 욕심 많고 잔인한 사람

건안6년 가을 9월, 허도에서.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관도대전 후 한 해가 지나 가을이 다 끝날 무렵에야 허도로 돌아온 조조는 진궁을 찾아가자마자 불평부터 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다시는 순문약을 볼 생각도 하지 마.”

진궁은 태연했다.

“당초에 볼 생각을 한 적도 없어요. 편지도 그쪽에서 보냈고, 여기도 그쪽에서 왔고, 그리고 다 공이 허락한 일이잖아요.”

“아무튼 둘이서 나 몰래 짠 건 맞잖아?”

“우연히 목표가 맞아서 공의 포로가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지 보여드린 것뿐이에요. 공이 참고하시라고요.”

고의가 분명한 비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모주謀主의 의견 같은 건 무시하고 결정하셔도 괜찮아요. 여봉선도 그랬는데.”

조조는 고함을 질렀다.

“어디서 감히 고를 여포 따위한테 비겨?”

그리고 진궁에게 지지 않는 비웃음으로 응수했다.

“그리고 그렇게 긁는다고 내가 홧김에 경을 죽여 줄 일은 없을 테니까 꿈 깨.”

진궁은 물러나지 않았다.

“공의 포로가 전쟁에 대한 꿈은 못 깨겠다고 하네요.”

조조는 서둘러 큰소리를 쳤다.

“그게 고한테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해? 포로의 몸으로 뭘 할 수 있겠어?”

어떻게든 진심인 것처럼 보여야 했다. 진궁을 기껏 살려서 옆에 두어 놓고도 끝내 그를 두려워해서 죽여 버렸다는 말을 듣는 것만은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어쨌든 포로하고 모주가 협력해서 만든 게 있는데 주인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둘 중에서 하나를 고르게 해 줄게.”

조조는 대범함을 한껏 뽐냈다.

“첫 번째는 내가 원하는 대로 여기서 얌전하게 사는 건데, 이 안에서 경이 바라는 조건이 있으면 하나는 들어 줄 수 있어. 당연히 고가 들어줄 만한 걸 말해야겠지만.“

“그리고요?”

“두 번째는 경이 원하던 건데, 내가 조건을 하나 걸 거야.”

진궁이 눈을 빛냈다. 조조는 기대했던 반응을 즐기면서 일부러 말을 끌었다.

“안심해, 가족하고 제사를 써먹는 것도 이젠 식상하니까.”

“그거 다행이네요.”

‘인제 조건이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이쪽을 선택할 기분이겠지?’

목소리를 가다듬고 한 단어 한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고가 꼭 목숨을 거두어 주길 바란다면, 경의 목을 치는 건 장문원한테 시킬 거야.”

진궁은 조조가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굳어 버렸다. 조조는 뿌듯했다. 거의 3년 전 하비에서 스스로 형장으로 걸어가던 진궁을 당장 붙잡을 핑계로 수도에서 형을 집행하겠다는 명분을 떠올려 냈을 때만큼이나.

“경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고 손가락 하나 까딱 못 하게 묶어 놓고 장문원을 불러서 경이 꼭 문원의 손에 죽고 싶어했다고 말해야겠어. 경도 그 친구를 한 번 속여먹었는데 나라고 못 할 게 뭐야?”

신나게 떠들던 조조는 문득 빠뜨린 것이 떠올랐다.

“고가 욕심이 많고 잔인한 사람이라면서?”

역시 그때 장료가 숨김없이 모든 말을 전한 모양이었다.

“욕심은 그렇다고 치고, 죽을 사람을 살리겠다는 게 뭐가 잔인한지 모르겠네?”

조조는 오늘따라 창의력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우리 공대가 쓸데없는 짓을 벌이는 걸 보니까 힘이 남아도나 봐? 지팡이는 당분간 압수야.”

진궁은 대꾸할 힘을 다 잃은 듯했다. 조조는 승리감에 취해 진궁의 어깨를 두드렸다.

“결정할 시간은 아주 넉넉하게 줄 테니까, 올해가 끝날 때까지 혼자서 잘 생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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