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욱의 ‘기이한 겉모습’
《삼국지》는 《한서》의 전통을 이어받아 미남에 관한 기록이 풍부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미남을 표현하는 말도 더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기(奇)’와 ‘이(異)’입니다.
현대한국어에서도 ‘기이한 재주’와 같은 말은 종종 쓰지만, ‘기이한 용모’라고 하면 왠지 그렇게까지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미남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특징이 크게 두드러지는 외모를 연상하는 일도 있습니다. 실제로, 아래의 〈도겸전〉 주석을 읽고서 도겸을 미남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의 용모를 보고 남다르게 여겨 그를 불렀다. [見其容貌,異而呼之]
그는 겉모습이 기이하니 자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彼有奇表,長必大成。] 《삼국지》 위지8 〈도겸전〉 주석 《오서(吳書)》.
하지만 《삼국지》의 맥락에서 외모를 형용하는 기(奇)와 이(異)는 현대한국어 사용자가 생각하는 ‘기이한 외모’와 어감이 다르다는 데 유의해야 합니다. 본문을 읽어보면 이 말들은 대부분의 경우 긍정적인 문맥에 쓰였습니다. 단적인 예로, 미소년으로 유명한 원소의 막내아들 원상에 대해서도 이 기(奇)가 사용되었습니다.
원소도 그의 용모를 기이하게~기특하게 여겼다. [紹亦奇其皃] 《삼국지》 위지6 〈원소전〉 주석 《전론》.
그러므로, 《삼국지》 위지10 〈순욱전〉의 배송지 주석에서 언급된 ‘순욱의 기이한 겉모습’[奇表] 또한 순욱의 뛰어난 미모를 표현하는 말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