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체장부인(體長婦人)의 수수께끼

체장부인(體長婦人)의 수수께끼

원소는 도대체 어떻게 자랐나?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삼국지》에서 찾을 것이 있어서 원문 검색 결과를 눈으로 빨리 훑어보려다가 위지16 〈정혼전〉 주석에 인용된 《한기》의 體長婦人(체장부인)에서 그만 멈추고 말았습니다. 뭐라고? 체구가 여자 같았다고? 《사기》에 나오는 장량처럼 가녀린 미남인가? 애초에 《삼국지》에 그런 인물이 있었나? 왜 지금까지 몰랐지??

서둘러 문장의 주어를 찾아보니 놀랍게도 袁本初(원본초)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자모위용(姿貌威容)으로 유명한 그 원소입니다. 원소는 당연히 몸이 좋았던 것이 아닌가요? 어떻게 “자모위용”과 “체장부인”이 양립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 찾으려던 것보다 이 문제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구글로 가서 “體長婦人”을 검색어로 입력했습니다. 다른 용례를 더 찾아보고 나서 결론을 내려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데… 원래의 정체자가 아니라 일본식 한자 “体長 婦人”으로 수정된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어구가 일본어권에서 더 많이 언급되었다니 더욱 수상한 기운이 감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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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검색 결과를 보면 小柄이라는 말이 반복됩니다. 체격이 작았다는 말입니다. 아무래도 일본어권에서는 “체장부인”을 몸집이 여자 같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합니다. 일본어 검색 결과가 중복을 제외하면 12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간체자 검색 결과는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12건입니다. 대부분 원문을 단순히 옮겨 놓은 것인데, 주목할 만한 글이 한 편 있습니다. 바로 “由女人(袁成之妻)抚养成人”, 즉 원소가 여자(원성의 아내)에게 양육되었다는 것입니다. 일본어권과는 다른 해석입니다.

지금까지 찾아본 바에 따르면 “체장부인”의 기존 해석은 두 가지입니다.

  1. 몸집이 여자 같다 [長: 키(명사)]
  2. 여자의 손에서 자랐다 [長: 자라다(동사]

처음 보았을 때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1번 같았는데, 2번도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원문에서 生處京師(생처경사)와 體長婦人(체장부인)이 나란히 나오는데, 이 두 구절을 대구로 본다면 ‘태어나기는 경사(수도, 여기에서는 낙양)에서 태어났고 자라기로는 여자의 손에서 자랐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아래와 같이 “부인” 앞에 개사(전치사)를 붙여서 의미를 분명히 해 주면 좋았을 텐데, 고대 중국인들이 네 글자 단위를 너무 좋아한 바람에 이렇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1. 體長[如]婦人
  2. 體長[於]婦人

아무튼 앞뒤 문맥을 더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袁本初公卿子弟,生處京師,體長婦人;張孟卓東平長者,坐不窺堂;孔公緒能清談高論,噓枯吹生,無軍帥之才,負霜露之勤;臨鋒履刃,決敵雌雄,皆非明公敵,三也。

여기서는 반동탁연합을 대표하는 군벌들의 장단점을 나열하고 있고, “생처경사·체장부인”은 원소의 약점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후한 말의 배경에서는 1번 해석이나 2번 해석이나 둘 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원소가 충분히 남자답지 못하다는, 그래서 동탁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인신공격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1번이 더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시대에 지배계급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보모의 양육을 받았을 테니까, 2번의 해석대로 원소가 여자의 손에서 자랐다고 치더라도 그것이 그렇게까지 예외적인 일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아(雅)의 생각에 내용상으로는 1번이 좀 더 자연스럽고, 형식상으로는 2번이 좀 더 자연스러운 듯합니다. 한 쪽을 선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공식적으로는 열린 결말로 남겨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원소의 적들은 원소의 남성성이 어딘가 부족하다고 공격할 빌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오늘의 성과로 치겠습니다.


하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비공식적으로 1번과 2번을 섞어 봅니다. 1번에서 “여자처럼”을 취하고 2번에서 “자랐다”를 취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원소는 여자로서 자랐다는 뜻이 됩니다. 원씨의 본거지가 아닌 낙양에서 비천한 신분으로 아이를 가지게 된 원소의 생모는, 본가에 머무르던 (그리고 아직 아들이 없던) 적처의 투기를 피하기 위해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원소를 딸로 길렀던 것입니다! 적처가 원술을 낳은 뒤에야 사실을 고백한 것이죠… (당연히 망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