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후한 말 여성의 무장과 무예

후한 말 여성의 무장과 무예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 질문

후한 말의 시기에 여성도 호신도구(단검이라든지)를 갖고 다니거나 무술을 익히는 게 보편적이었나요?

💁 답변

한국에는 “은장도”로 유명한 장도의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한나라에는 이 용도에 상응하는 물건이 보이지 않습니다. 장도와 비슷한 크기로 서도라는 칼이 있었으나, 주로 남성 관리가 허리에 차고 다녔고 죽간에서 틀린 글자를 긁어내는 데 사용했다는 점에서 장도와 다릅니다.

한나라 서도 유물 사진 한나라 서도 유물 그림

서도를 허리에 걸고 다닌 한나라의 점잖은 지식인 남성의 경우, 대체로 여성이 무기를 소지하는 데 기겁한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전한 말의 학자 유향이 쓴 《열녀전》을 살펴봅시다. 이 책에서는 하나라 걸왕의 왕비 말희의 “악행”을 서술할 때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가져서 “검을 차고” 관을 썼다고 적었습니다. 말희가 검으로 사람을 해쳤다거나 하는 기록은 없지만, 남자들에게는 일단 여자가 공공연히 검을 착용했다는 것만으로 지탄할 만한 사유가 성립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남자들은 검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이 금지하고 싶어했다고 해서 존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검술에 능통한 여성에 대한 기록 또한 존재합니다. 후한 시대 초반에 나온 《오월춘추》라는 책을 보면, 춘추 시대 오나라와 월나라가 서로 복수전을 벌일 때 월왕 구천이 월나라 남쪽 숲에 살던 검술의 달인 월녀를 등용해서 군대를 훈련시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월춘추》 자체는 허구적인 요소가 많고, 여기 등장하는 월녀의 행적도 원숭이 요괴와 싸우는 등 전설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월녀검법은 왕충이라는 학자가 쓴 《논형》이라는 책에도 당시의 유명한 검법으로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후한 시기에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존 인물의 생생한 사례로는 《삼국지》 위지18 〈방육전〉 주석에 인용된 황보밀의 《열녀전》에서 묘사한 조아의 복수극이 있습니다. 후한 말 조아는 아버지를 살해한 원수에게 보복하기 위해 먼저 남몰래 좋은 칼을 구하고, 긴 칼과 짧은 칼을 각기 사서 밤마다 칼을 갈며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이렇게 복수를 준비한 조아는 마침내 몸을 숨기고 길을 나서서 원수를 공격했습니다. 원수가 말을 타고 도망치려고 하자 조아는 칼로 원수를 내리쳐 떨어뜨렸습니다. 그 와중에 자기의 칼이 부러져서 원수의 칼을 빼앗아 죽이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서 결국 원수를 몸으로 제압하고 손으로 목을 쳐서 죽였습니다. 여기서 조아는 주천군 사람입니다. 서북부 변방에서 이민족과 무력으로 자주 충돌하는 지역 특성상 여성이 무기와 무술을 접할 가능성이 중원보다 높았으리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후한 말 여성이 무기를 소지하거나 무예를 익히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합니다. 하지만 시대와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고, 개개인이 접근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자와 오타쿠를 위한 삼국지 100문 100답》에 응모된 질문에 대한 답변 예시로 작성했습니다. 평소에 삼국지 썰을 풀다가 궁금하셨던 점이 있으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여 질문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