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 똑똑한 여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질문
한나라 때 여사의 기준은 어떠했나요? 남성 지식인과 대등하거나 그보다 뛰어난 역량을 증명해야 여사로 인정받았는지, 혹은 그보다 덜해도 ‘여자치고는 똑똑하네’라며 여사로 간주했는지 궁금합니다.
💁 답변
우선 “여사”라는 표현 자체는 한나라 때까지 흔히 쓰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이른 시기에 나온 용례는 《시경·대아·생민지습》 〈기취〉의 마지막 구절인데, 이것은 훌륭한 아내를 주어 남자의 대를 잇게 하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여성 지식인을 가리킨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 외의 경서나 제자백가 서적에서는 “여사”를 찾을 수 없고, 한나라의 역사를 포함하고 있는 《사기》·《한서》·《후한서》·《삼국지》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아가 추측하기로 아마도 고대 중국의 경우 “여자치고는 똑똑하네” 같은 인식이 현대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인식이 작동하려면 우선 똑똑함이라는 속성이 인간의 보편적인 미덕이라야 하고, 기본적으로 여성의 똑똑함이 남성의 똑똑함에 못 미친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런데 고대 중국에서는 애초에 똑똑함이 남성에게만 미덕이었습니다. 심지어 《시경·대아·탕지습》 〈첨앙〉은 “똑똑한 남자는 성을 세우지만 똑똑한 여자는 성을 기울인다”라는 구절로 시작합니다. 즉, 주나라 남성 지식인들에게 여자는 남자보다 덜 똑똑한 (그래서 차별받아 마땅한) 존재가 아니라 아예 똑똑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어디에나 존재했지만, 구체적인 면면은 이렇게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전한시대로 오면 여성의 똑똑함이 악덕으로 규탄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사기》 〈편작창공열전〉에서 전한시대 초 순우제영이라는 소녀는 황제에게 직접 글을 올려 육형 폐지를 이끌어냈는데, 적어도 《사기》의 기록만 보면 이 과정에서 순우제영의 성별과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자애 따위가 감히 어떻게!” 하는 비난도 없고 “여자애치고 대단한데!” 하는 감탄도 없습니다. 또 이전에 〈미녀를 혐오한 남자〉라는 포스트에서 썼듯이 전한시대 말 유향의 《열녀전》에는 똑똑하고 말 잘 하는 여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여성의 지혜와 언변은 가정 내로 한정되지 않고 군주에게 국가 대사를 간언하는 데 이릅니다. 하지만 순우제영 등이 똑똑함을 발휘하는 것은 일회적 사건에 그쳤습니다. 여자라고 해서 똑똑함 자체가 폄하된 정황은 잘 보이지 않으나, 똑똑한 여자의 경우 똑똑한 남자와 달리 관직을 받아 계속 활동할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아예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고대 중남들은 여성을 남성보다 안 똑똑한 존재로 설정할 필요를 다른 시대나 지역보다 특별히 더 크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여성은 열등하기보다 비천했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애써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여자의 능력을 비하하지 않더라도 남자인 그 자체로 여자보다 귀한 지위로 행세할 이유가 충분한 세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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