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후한 말 학자들의 개 이야기

후한 말 학자들의 개 이야기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 질문

삼국시대에도 애완견/사냥개/경비견을 구분해서 활용했을 것 같은데, 페키니즈나 시추처럼 품종 개념도 있었나요? 개를 용도에 따라 전문적으로 훈련시키는 직업도 있었을까요?

💁 답변

개의 용도별 분류

우선 한나라에서는 경비견과 사냥개를 구별했습니다. 《예기》 〈소의〉에는 군자들이 수견전견을 선물하는 절차가 나옵니다. 복잡한 예의범절은 생략하고 당나라의 학자 공영달의 해설을 참조하면, 개는 집을 지키는 수견, 사냥에 나가는 전견, 그리고 고기를 얻기 위한 식견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집을 지키는 ‘수견’과 사냥에 나가는 ‘전견’은 이름이 있었지만, 식용으로 기르는 ‘식견’에게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대 중국인들이 개에게 어떤 이름을 붙였는지에 관해서는 예전에 〈🐶 강아지 이름 짓기〉라는 포스트를 따로 쓴 적이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애완견에 상응하는 분류를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정한 쓸모가 없더라도 그냥 강아지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기르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한나라나 이후의 학자들이 보기에는 인간이 식용 이외의 용도로 집에서 개를 기른다면 도둑을 방비한다거나 사냥에 활용한다거나 하는 명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다음 문단에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개의 훈련

《예기》의 또 다른 편인 〈단궁〉에는 공자가 기르던 개가 죽어서 제자 자공을 시켜 묻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공자가 개를 기른 까닭은 알 수 없지만, 죽은 개를 휘장으로 덮어 주고 아끼는 제자에게 매장을 맡겼다는 사실을 보면 이 개를 소중히 여겼던 것이 분명합니다. 일견 감동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후한 말의 유학자 정현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정현은 이 구절에 단 주석에서 개가 집을 지키는 훈련을 받았다면 죽었을 때 휘장에 싸서 따로 묻어 줄 수 있다고 썼습니다. 훈련을 받지 않은 개는 묻어 줄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찜찜함을 묻어 두고 이어가자면 개가 집을 지키기 위해서는 훈련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냥개는 더 엄격한 훈련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한서》에 따르면 전한시대 무제 때는 황제의 개를 기르는 구감이라는 관직이 있었습니다. 이 구감의 임무에는 개를 훈련시키는 것도 포함되었으리라고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비록 《후한서》에는 비슷한 관직이 나오지 않지만, 전한시대에 개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관료가 있었다면 후한시대에도 이와 관련된 지식이 전수되었을 것입니다.

개의 품종

마지막으로 개의 품종에 관해 알아봅시다. 현대 한국어 사용자에게는 개를 가리키는 한자로 犬(견)이 익숙한데, 그 외에도 ‘토사팽’ 같은 사자성어나 ‘권력의 주’ 등의 관용 표현에 흔적이 남아 있는 狗(구)도 있습니다. 한나라에서는 두 글자를 모두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렇다면 두 글자의 뜻이 완전히 같았을까요? 처음에 언급했던 공영달이 《예기》 〈곡례 상〉에 붙인 해설에 따르면, 은 큰 개, 는 작은 개를 가리킨다고도 합니다. 즉, 개의 크기에 따라 명칭을 다르게 했다고 볼 여지가 존재했습니다.

한편 후한 말의 학자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당시 사용되던 한자를 부수별로 집대성했는데, 이 책의 〈견부〉에는 개[犬]에 관한 한자가 87개나 들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개의 외견과 관련된 한자를 몇 개 뽑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尨(방): 개 중에서 털이 많은 놈.
  • 猲(갈): 주둥이가 짧은 개.
  • 猈(패): 목이 짧은 개.

이런 묘사는 개별 개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 견종 자체의 속성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자와 오타쿠를 위한 삼국지 100문 100답》에 응모된 질문에 대한 답변 예시로 작성했습니다. 평소에 삼국지 썰을 풀다가 궁금하셨던 점이 있으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여 질문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