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 이름 짓기
예전에 이런 트윗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기린+파랑, 바람+까망, 번개+빨강, 용+밤색, 서리+하양, 사자+누렁처럼, 전근대 동아시아에서 동물의 이름을 지을 때 비유+색깔 패턴이 흔했던 것 같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 《서경잡기》에 서한 문제의 명마 이름으로 자연류紫燕騮[제비+검붉은 말], 녹리총綠螭驄[용+희푸른 말]이 나오네요. https://t.co/ZeeogmnL2I https://twitter.com/chiclix/status/1256753239980044288
당시에는 《서경잡기》에 나온 여러 이름을 보고 추측했던 것인데, 나중에 후한 때 나온 《공총자》라는 책에 이 패턴이 명시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개와 말의 이름은 모두 모양과 색깔을 따서 지었다고 합니다[犬馬之名皆因其形色而名焉].
아주 간단한 규칙이니까 바로 창작에 활용하기도 좋지만, 옛날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서 참고해 보면 더 재미있고 생생한 이름을 지을 수 있겠습니다. 아래의 표에서는 ctext.org에서 犬名과 狗名으로 검색해서 찾아낸 멍멍이의 이름을 시대 순서에 따라 나열하고 견주, 이름의 의미, 이름의 출전을 밝혀 적었습니다.
| 시대 | 견주 | 견명 | 의미 | 특징 | 출전 |
|---|---|---|---|---|---|
| 신화 | 고신씨高辛氏 | 반호槃護 | 현중기玄中記 | ||
| 신화 | 천견天犬 | 하늘의 개. | 산해경 대황서경 | ||
| 춘추 | 진晉 영공靈公 | 오敖 | 거만하다, 놀다. | 이빨이 날카로움. | 사기 진세가 |
| 춘추 | 서徐 독고모孤獨母 | 호창鵠倉·후창后倉 | 서 언왕 전설. | 수경주 제수 | |
| 전국 | 한韓 사람 | 한로韓盧·韓獹 | 한나라의 검둥이. | 달리기를 잘 함. | 사기 범수채택열전 |
| 서한 | 이형李亨 | 수호脩毫 | 긴 털. | 서경잡기 | |
| 서한 | 이형李亨 | 백망白望 | 흰둥이. | 서경잡기 | |
| 서한 | 이형李亨 | 청조青曹 | 푸른둥이. | 서경잡기 | |
| 서한 | 양만년楊萬年 | 청박青駮 | 파란 얼룩말. | 가격 100금. | 서경잡기 |
| 후한 | 종묘에서 키움. | 갱헌羹獻 | 국을 바치다. | 식용 😭 | 설문해자 |
| 서진 | 육기陸機 | 황이黃耳 | 누런 귀. | 인간의 말을 함. | 술이기 |
| 서진 | 가흥嘉興 사람 장림張林 | 아영阿永 | 인간의 말을 함. | 태평광기 | |
| 서진 | 회요懷瑤 | 서견犀犬 | 코뿔소 개. | 흙 속에서 나옴. 주인을 부귀하게 만들어 줌. | 수신기 |
| 동진 혹은 그 이전? | 회계會稽 구장句章 사람 장연張然 | 오룡烏龍 | 까마귀 용. | 발이 빠름. | 수신후기 |
| 오호십육국 | 전진前秦 사람 장평張平 | 비연飛燕 | 나는 제비. | 크기가 작은 당나귀만 함. | 수신후기 |
| 당 | 고도공주高都公主와 남편 최혜동崔惠童 | 황녀黃女 | 누런 여자. | 암컷. | 광이기廣異記 |
| ? | 촉금포방蜀錦浦坊 사람 이정李貞 | 흑아黑兒 | 검은 아이. | 태평광기 |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상당한 수의 이름이 《공총자》의 패턴에 따라 색깔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푸른 점박이’[청박青駮], ‘검은 용’[오룡烏龍]과 같은 멋진 이름부터 ‘누런 귀’[황이黃耳], ‘검은 아이’[흑아黑兒]처럼 소박한 이름까지 다양합니다.
견주가 부귀를 누릴수록 개 이름도 화려하게 지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육기와 같은 명문가 출신의 뛰어난 문인이 개 이름을 ‘누런 귀’[황이黃耳]로 짓는다든가, 공주네 강아지 이름이 ‘누런 여자’[황녀黃女]라든가 하는 단순한 이름이라든가 하는 사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패턴에서 벗어나는 이름도 있습니다. 특히 후한 때 종묘에서 기르는 개를 갱헌羹獻이라고 부른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슬픕니다. 종묘에서 하는 일을 반영했다는 점에서는 재미있지만, 하필이면 그 일이 고깃국을 끓여 바치는 일이라서 그만… 슬픈 부분은 제외하면, 관청에서 개를 길렀고 관청의 업무를 개의 이름에 반영했다는 점은 써먹기 좋을 것 같습니다. 세무서 개 이름이 주민세라든가… 당장은 좋은 예시가 안 떠오르네요.
개를 찾는 김에 고양이도 찾아 보았으나 결과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백로白老라고 한 것을 보니 흰 고양이였나 봅니다. 쥐를 잘 잡았다고 합니다. 고양이 붐은 송나라 때 크게 일어났으니 북송 이후의 문헌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는데, 북송 이후의 문헌을 광범위하게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찾으면 시도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