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손끝의 감각

손끝의 감각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군법의 관례대로 참수형을 집행하려고 벌여 놓은 도끼와 받침대1를 치우고 교수대를 설치하는 동안 진궁은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목을 매달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까닭은 뚜렷하지 않았다. 목을 베어 달라는 진궁의 뜻대로 해 주기 싫다는 심술인지, 죽더라도 ‘온전한 몸’을 남기게 해 주려는 배려인지 조조 자신도 알지 못했다. 어쨌든 처형 방법을 바꾼다는 핑계로 조조는 진궁을 잠시 더 살려 둘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을 번다고 해서 조조가 기대하던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진궁은 묵묵히 기다리기만 했다. 날붙이를 끈으로 바꾸는 것으로는 그의 관심을 끌지 못한 듯했다.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타박이라도 기꺼이 들으련만 이쪽을 돌아볼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분해서 눈물이 났다.

어차피 다시 마주치지 못할 바에는 이쪽에서 마음껏 관찰하기로나 했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줄곧 묶여 있는 손이 시린지 손가락 끝을 꼼지락거리고, 바람에 날려 눈에 들어간 싸락눈을 털지 못해서 눈을 찡그리며 깜빡이는 모습이 귀여워서 슬펐다. 죽겠다고 하는 사람은 죽어 가고 있지 않았다.2 똑같이 시린 손을 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의 목에 올가미가 걸리고부터는 차마 더 볼 수 없었다. 전각으로 돌아가서 눈물을 닦고 화로 옆에서 손을 녹이고 있을 때 사람이 와서 그의 절명을 알렸다.

“시신의 몸을 깨끗이 닦아서 가족에게 돌려줘라.”

조조는 감각이 완전히 돌아온 손으로 주먹을 쥐고 말했다.

“목은 따로 잘라서 빠른 역마로 허도에 보내고 시장에 걸라고 해.”

진궁을 잃은 자기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가엾은 사람이었다.


  1. 부질鈇鑕

  2. George Orwell, A Hang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