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빌런이 된 황제 조비
앞서 발행한 조맹덕의 TMI 열세 번째 이야기 〈로즈마리를 키운 오관중랑장 조비와 건안칠자 문인들〉에서 조비가 오관중랑장 시절 미질향 재배에 성공하고 이를 기념했다는 사실을 알아보았습니다. 조비가 향에 관심을 가졌다는 단서는 역사책 《삼국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일화를 살펴봅시다.
손권에게 작두향을 요구한 조비
《삼국지》 오지2 〈오주전〉 주석에 인용된 《강표전》에 따르면, 위나라 황초2년(221) 황제 조비는 오왕 손권에게 사자를 보내서 여러 가지 귀중한 보물과 희귀한 동물을 바칠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나열된 보물 중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바로 작두향이었습니다. 작두향은 향부자라는 향재 겸 약재의 옛 이름입니다. 약재로서는 스트레스와 월경통 해소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향재로서는 후한 영제가 궁중에서 피웠다고 알려진 한건녕궁중향에서 두 번째로 많이 들어가는 중요한 재료이기도 합니다. 조비도 황제가 된 기념으로 영제를 본받아 궁에서 사용할 귀한 향을 개발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요?
향 냄새 때문에 말을 죽인 조비
또 다른 일화는 《삼국지》 위지29 〈주건평전〉에 나옵니다. 주건평은 관상을 잘 보는 것으로 이름난 인물이었습니다. 한번은 조비가 외출을 했다가 말을 한 마리 얻어서 돌아오는 길에 주건평과 마주쳤습니다. 주건평은 말의 관상을 보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오늘 죽을 것입니다.”
조비가 새 말을 타려고 할 때, 말이 조비의 옷에서 나는 향을 맡고 놀라서 조비의 무릎을 깨물었습니다. 조비는 화가 나서 곧바로 말을 죽여 버렸습니다. 조비의 옷에는 여느 사람들과 다른 향이 강하게 배어 있었을 것입니다. 조비가 평소에 특이한 향을 애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비가 향에 탐닉한 것은 아버지 조조가 향을 극혐한 것과 대비됩니다. 아버지 때문에 향을 쓰지 못했을 조비는, 아버지가 죽은 뒤에 향을 마음껏 즐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