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professor는 왜 교수(敎授)가 되었을까?

professor는 왜 교수(敎授)가 되었을까?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이 포스트는 2018년에 작성했던 글을 수정하고 보충한 것입니다.


한국어에서 한자어로 된 직업명이라고 하면 ‘화가’의 , ‘변호사’의 , ‘교사’의 , ‘가수’의 등 접미사로 끝나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이 ‘교수’는 한자로 어떻게 쓸까요? ‘교’는 예상할 수 있듯이 가르친다는 의미의 敎입니다. 그렇다면 ‘수’는 무엇일까요? ‘가수’와 같은 手일까요?

‘교수’라는 단어를 이루는 한자는 바로 敎(가르치다)와 授(주다)입니다. 둘 다 동사입니다. 《한서》를 읽어 보면 授 한 글자도 가르친다는 뜻으로 쓰인 예를 찾을 수 있고, 의미를 더 분명하게 하기 위해 教를 붙여 教授를 합성동사로 사용한 예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동사 자체가 직업의 명칭이 되었을까요? 가 추측하기로는 아마도 중국의 어느 시기부터 교수라는 관직명이 존재해 왔고, 이것이 근대에 유럽어 professor의 번역어로 채택되었을 것입니다.

소설 《삼국연의》에는 조조가 순유를 행군교수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가 아는 한 ‘교수’라는 관직명은 《사기》에도 《한서》에도 《후한서》에도 《삼국지》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즉, 순유가 행군교수가 되었다는 것은 나본 양반의 창작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일단 원나라에서 명나라 사이에 교수라는 관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Chinese Text ProjectScripta Sinica에서 教授를 검색합니다. 결과는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르친다는 뜻의 동사입니다. 지금 궁금한 것은 教授가 관직명으로 쓰였는지이기 때문에, 결과를 하나하나 읽고 명사로 쓰인 예시를 찾아내야 합니다.

가장 이른 시기의 사례는 남북조 시대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북사》에 따르면 북위 명원황제 때 중서학이라는 기관에 교수박사를 세웠습니다. ‘교수’가 명사구의 일부로 쓰이기로는 처음이지만, 아직 독립된 관직명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구당서》와 《신당서》와 《신오대서》를 다 뒤져도 명사 용례가 다시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교수박사’라는 단어가 후대에 이어진 것도 아닙니다.

다음으로 송나라를 볼 차례입니다. 우선 《송사》 〈직관지〉에서 경력 4년(1055)에 각 주·군에 학교를 세우고 처음으로 교수를 두었다는 언급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교수라는 명칭의 기원 같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미 다른 기관에 존재하던 관직인 교수를 지방 학교에도 설치했다는 설명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송사》 〈직관지〉를 더 읽어 봅니다. 마침내 왕부에 속한 관직을 나열하는 부분에서 명칭의 유래로 그럴듯한 것이 나옵니다. 지도 원년(995년) 태종이 조카들을 위해 사부를 두려고 하자, 신하들이 황제의 조카는 친왕이 아니므로 스승의 명칭도 격을 낮추어야 한다고 건의하여 교수로 정한 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결국 교수가 관직명이 된 것은, 신분에 따라 관계의 명칭까지 다르게 써야 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일찍이 한나라에서는 제후왕도 황제와 마찬가지로 정실을 로, 후계자를 태자로 칭했습니다. 하지만 위진시대 사람들은 왕이 감히 황제와 같은 칭호를 쓸 수 없다고 여겨서 왕후왕비로, 왕태자왕세자로 낮추었습니다.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난 뒤 북송 사람들은 같은 원리로 사부를 못 견뎌서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교수를 만들어 내고 지방 학교로 보급했습니다. 이후 professor의 번역어로 ‘교수’가 채택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입니다.

현대에는 ‘교수’의 의미가 대학 교원으로 굳어졌습니다. 반면 현대한국어에서 ‘사부’는 무협지에서나 쓰일 법한 말이고, 현대중국어에서는 오히려 교수보다 격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강 사부’ 康师傅는 “동네 아저씨와 같은 이미지”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라면 브랜드가 될 수 있었지만, ‘강 교수’ 康教授 컵라면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어색하지요.

여담

  1. 송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물에서 주인공이 스승을 사부라고 부르면 관병들이 나타나서 “친왕도 아닌 자가 감히 사부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신분 질서를 무너뜨리는 반역이다!” 하면서 잡아가야 합니다!
  2. 진서》에 따르면 남북조 시대 남조 양 무제 때 국학에서 오경을 교수하고 경전마다 조교를 두었다고 합니다. 조교라는 직책이 교수라는 직책보다 먼저 생겨난 것입니다.

2018-09-25 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