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3-2. 관찰과 계량에 근거한 예측

3-2. 관찰과 계량에 근거한 예측

건안10년 겨울 12월, 업에서.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허도에서 순욱이 불시에 들이닥쳐 진궁을 놀라게 했다면 업의 순유는 미리 기별해서 진궁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었다. 덕분에 진궁은 순유를 기다리는 내내 고통을 받을 수 있었다.

진궁은 처음과 똑같이 마루에 걸터앉은 채였다.

순유는 일단 얼굴을 트고 나자 더 친근하게 굴었다.

“오늘은 마루 안에 들여보내 주세요. 선생도 겨울에 찬 데 계시면 발이 시리실 텐데.”

지난번보다 덜 침착해 보였지만 여전히 다정하고 아마도 끈질길 것이었다.

“이 집 주인은 조 공이신데 포로가 감히 자기 마음대로 거절할 순 없죠. 들어오세요.”

진궁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순유는 읍을 하면서 사양했다.

“유는 여기에서 객인데 어떻게 먼저 들어가겠어요.”

진궁은 한숨을 내쉬고 일어나서 안으로 순유를 안내했다.

순유는 자리에 앉자마자 품속을 뒤적거렸다. 길이가 한 척 정도 되는 짧은 막대 같은 물건이 나왔다. 진궁은 긴장했다.

순유가 꺼낸 것은 붓이었다.

“제가 선물로 드리지는 못하지만, 선생께서 한 번 보시고 써 주시면 영광이겠어요.”

진궁은 경계를 풀지 못했다.

“이거 조 공께 허락받은 거예요?”

“조 공께서는 유한테 알아서 하라고 하셨어요.”

“조 공이 아직도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을 줄은 몰랐네요. 옛날에 알아서 하란 말을 듣고 반란을 일으킨 부하가 있었는데도.”

순유는 악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선생께서 지금까지 살고 계신 건 평범한 사람이 따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대체 군사께서 형여刑餘의 몸한테 신경을 쓰시는 이유가 뭔가요? 이따위는 걱정하실 거리도 못 되는데.”

진궁이 빈정거리는 만큼 순유는 깍듯했다.

“너무 겸손하세요. 선생께 시간을 드리는 일이 어떻게 걱정이 안 되겠어요?”

“지난 7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진궁은 자기 왼손을 보고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손가락에 있던 굳은살이 손바닥으로 갔어요. 이 손은 붓 잡는 방법도 잊었답니다.”

진궁의 시선을 따라간 순유는 대단한 사실을 발견한 듯 신기해하며 물었다.

“왼손잡이셨어요?”

진궁은 이 뜬금없는 질문에 자기도 모르게 대답해 버렸다.

“네.”

“그러고 보니까 얼마 전에, 선생이 조 공 밑에 계셨을 때 쓰신 서류를 찾았거든요. 글씨를 보고 정말 감탄했어요.”

순유는 진궁이 끝내 손을 대지 않은 붓을 도로 집어넣고 제멋대로 원래의 화제로 돌아왔다.

“아무튼 선생은 붓도 잘 쓰시지만 혀를 더 잘 쓰시잖아요.”

진궁은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시고 말했다.

“이 혀가 그렇게 잘 들었다면 진작에 조 공이 혀를 자르든지 소원을 들어주시든지 하나는 하셨겠죠.”

“저희 숙부께서는 지금 이렇게 된 게 선생의 의도였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군사께서도 형여刑餘의 몸이 다른 걸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적의 사정에 통달하신 분이 오판하실 것 같진 않은데요.”

“선생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얻기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조 공께 위험이 될 만하단 걸 증명해야 하잖아요.”

순유는 아이를 어르듯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유가 그걸 알고서도 방치하는 거야말로 선생을 얕보는 건데, 그럼 선생께 실례가 되지 않겠어요?”

진궁은 결국 순유에게 애원했다.

“제발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순유는 친절하게 물었다.

“얼마나요?”

“……”

“시간을 계산하실 시간도 필요하세요? 산가지 빌려 드릴까요?”

진궁은 생각을 멈추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질렀다.

“3년.”

“3년이라고요?”

“왜 그렇게 놀라세요?”

‘천륜이 통했나?’

혼자서 중얼거리던 순유는 진궁에게 전하면 안 될 소식을 언급하지 않은 채 되물었다.

“조금이 아니잖아요?”

진궁은 설득력이 없는 이유를 들며 우겼다.

“그래봤자 지금까지 지난 시간의 절반도 안 돼요.”

“7년에 3년을 더하면 다 해서 10년이에요. 하비에서는 하루도 아까웠는데.”

순유도 두서 없이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맞다, 진씨 아가씨가 순씨 며느리가 된 지도 벌써 2년이네요.”

“……”

진궁은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 채로 한참을 침묵한 끝에 입을 열었다.

“……포로의 목숨이 10년을 넘긴다면 순씨 며느리는 마음대로 하세요.”

“선생의 제사를 담보로 거시는 거예요?”

“형여刑餘의 몸이 달리 가진 게 없어서요.”

순유는 미리 준비해 온 손수건을 꺼내 진궁에게 내밀었다. 진궁이 눈물을 쏟으리라는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재빠른 동작이었다.


2019-10-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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