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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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한나라 숙어 수첩을 시작하며

중국 고대를 배경으로 창작을 할 때 어떻게 하면 더 생생한 대사를 쓸 수 있을까요? 일단 어미를 ‘하게’나 ‘하오’로 끝내고 한자어를 많이 넣습니다. 고사성어를 잘 인용하면 더욱 좋겠지요.

하지만 단어를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이 아둔한 사람! 머리를 써 보게!”나 “화무십일홍이라 하나 저런 소인배가 하루아침에 권력을 잡은 꼴을 보고 배가 아플 자도 많을 거요.” 같은 대사가 아주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쓰다’, ‘배가 아프다’와 같은 말이 한국어의 관용구라는 것을 의식하고 나면 공연히 신경이 쓰입니다. 옛날 중국 사람이라면 다른 표현을 썼을 법도 한데!

너무 신경이 쓰여서… 한나라 사람들이 사용한 숙어를 모아서 하나씩 짧게 소개하는 《한나라 숙어 수첩》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없어도 그만인 디테일이지만, 있으면 즐거울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닐지도 모르니까요. 총 20편을 연재할 예정이며, 2편부터는 멤버십 한정으로 공개됩니다. 트위터와 《한서팸플릿》에서 이미 언급했던 표현도 포함되지만, 여기에서는 숙어로서의 배경과 용례를 더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사람이 가장 꺼리는 일은 역시 죽음일 것입니다. (한나라 이야기를 읽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지만요. 😥) 그래서 죽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를 회피하고 돌려 말하는 표현이 여러 언어에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현대 한국어에서는 ‘돌아가시다’, ‘세상을 떠나다’, ‘하늘로 가다’와 같은 말이 있습니다. ‘요단강 건너다’와 같은 속어도 있지만, 대체로 죽은 이의 지위가 높을수록 더 완곡한 말을 사용합니다.

옛날 사람들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죽음에 대한 금기나, 신분제에 대한 의식이나 지금보다 더했으면 더했겠지요. 불로장생을 꿈꾼 진 시황은 죽는다는 말 자체를 싫어해서 신하들이 “폐하께서 돌아가시면 누가 후계자가 되겠습니까?” 같은 말을 감히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진 시황은 태자를 정하지 못한 채로 죽고, 이 틈에 환관 조고와 승상 이사가 모의해서 막내 호해를 2세 황제로 옹립했습니다. 그리고 진나라는 몇십 년도 채 되지 않아서 멸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