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하후’의 선례
장애인 차별에 대처한 두흠
삼국지 이야기에서 조조의 친척이자 휘하 장수로 유명한 하후돈은 화살을 맞아 한쪽 눈을 잃었습니다. 그로 인해 ‘맹하후’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사실 또한 역사책 《삼국지》에 나와 있습니다. 이 별명이 생긴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일까요? 《삼국지》에 배송지가 단 주석을 살펴봅시다.
이때 하후연과 하후돈 두 사람 모두 장군이 되었다. 군대에서는 하후돈에게 ‘맹하후’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후돈은 그 별명을 싫어해서 거울을 볼 때마다 화를 내며 곧바로 거울을 땅에 던졌다.
《삼국지》 위지9 〈하후돈전〉 주석 《위략》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하후연과 하후돈이 같은 시기에 둘 다 장군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조조군의 ‘하후 장군’이 두 사람인 상황에서 이들을 구별해서 부르기 위해 하후돈에게 ‘맹하후’라는 별명을 붙인 것입니다. 만약 하후 장군이 하후돈 한 명뿐이었다면 굳이 ‘맹’을 붙일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패턴은 이미 전한시대에 있었습니다. 《한서》의 일화입니다.
두흠의 자는 자하다. 어려서부터 경서를 좋아했다. 집에 돈이 많았지만 한쪽 눈에 장애가 있어서 관직에 나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무릉 사람 두업은 두흠과 성과 자가 같았고, 두 사람 모두 재능이 출중해서 수도에서 유명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두흠을 ‘맹두자하’라고 했다. 두흠은 장애로 인해 남들에게 얕보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높이와 너비가 2촌(4.6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관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수도에서는 두흠을 ‘소관 두자하’라고 했고, 두업을 ‘대관 두자하’라고 했다.
《한서》 〈두흠전〉
전한 말 수도 장안의 유명인사로 ‘두자하’가 두 명 있었습니다. 이름은 달랐지만 자(字)가 자하로 같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들을 구별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공교롭게도 여기에서도 두흠이라는 인물이 한쪽 눈에 장애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를 ‘맹두자하’라고 불렀습니다.
두흠과 하후돈 모두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맹’이라고 불렸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동명이인을 구별하기 위한 칭호라고 변명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런 이유가 있다고 해서 당사자가 좋게 좋게 이해하고 넘어가 줄 이유는 없습니다.
실제로 두흠과 하후돈 모두 이 별명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대처는 달랐습니다. 장수였던 하후돈은 거울을 집어던지면서 화를 냈습니다. 반면 책사였던 두흠은 별명을 바꾸려고 꾀를 냈습니다. 일부러 아주 작은 관을 만들어서 자기의 별명을 ‘소관 두자하’로 바꾼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장안의 ‘두자하’는 ‘대관 두자하’와 ‘소관 두자하’로 구별되었습니다.
책사 두흠이 장수 하후돈보다 더 슬기로웠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하후돈을 어리석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가 애써 책략을 짜야 한다는 현실에 이미 차별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사실 현대인이 보기에는 동명이인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냥 하후돈과 하후연, 두흠과 두업이라고 성명을 쓰면 바로 구별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한나라 사람들에게는 사회생활에서 이름을 안 쓰는 것이 그만큼 중요했습니다. 아마도 하후돈은 병사들에게 ‘하후돈’이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맹하후’로 불리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여겼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