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논영회’의 그 대사

‘논영회’의 그 대사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1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얼마 전부터 《삼국연의》를 처음부터 조금씩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원래 읽던 것은 아니다 보니 저자 나본(자: 관중)의 창작이나 전승보다는 기존 《삼국지》에 나온 장면에 살을 덧붙인 서술에 더 관심이 갑니다. 그중에서도 대화에서 사용하는 호칭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요.

사서 《삼국지》를 처음 읽을 때 가장 놀랐던 장면은 이른바 ‘논영회’였습니다. 조조가 유비에게 “천하의 영웅은 그대와 나밖에 없다!”라고 하는 유명한 대사는 소설과 만화에서 많이 보았는데, 《삼국지》 본문의 호칭을 그대로 옮기자면 “천하의 영웅은 사군(使君)조(操)뿐이지요.”였습니다. ‘사군’은 예주 자사 유비를 높이는 말이고 ‘조’는 조조 자신의 이름이니까, 호칭어만 놓고 보면 아주 공손한 표현입니다. 유비가 허도에 머무르던 시절의 두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왠지 조조가 유비를 휘두를 것 같았는데요.

한편, 소설 《삼국연의》에서는 논영회가 더 길게 묘사됩니다. 먼저 조조가 영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유비에게 당세의 영웅으로 어떤 인물이 있는지 대어 보라고 닦달합니다. 여기에서는 조조가 유비에게 말할 때 자기를 나[我]라고 칭하고 유비를 자[玄德]로 부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이미지에 부합하는 말투입니다. 그러다 보니 《삼국지》에 나온 그 대사에서도 호칭어를 바꾸어 쓸 줄로 알았는데… 여기에서는 또 그냥 《삼국지》 원문 그대로 쓰는 것입니다. 방금까지 말하던 것과 말투가 다르잖아! 왜 갑자기 존댓말로 바뀌는 거야! 하고 황당해하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렇게 존댓말로 돌변할 때 유비의 충격과 위기감이 더 잘 느껴질 것 같다고 납득이 되었습니다. 나본 양반이 거기까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