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손책·손권 형제와 주유의 관계

손책·손권 형제와 주유의 관계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2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앞서서 《삼국지》의 대사를 《삼국연의》에서 그대로 옮겨 적은 사례를 살펴보았는데, 여기에서는 대사를 변형한 경우, 특히 손책 형제와 주유의 관계에 주목해 보겠습니다.

우선 《삼국지》에서 주유가 군대를 이끌고 손책을 도우러 왔을 때 손책이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내[吾]가 을 얻었으니까 일이 잘 풀릴 거야.” 중요한 장면이니까 나본 양반도 《삼국연의》에서 가져다 썼습니다. 그런데 손책이 주유를 부르는 말을 바꾸었네요. 《삼국연의》에서는 ‘경’이라고 하지 않고 주유의 자[公瑾]를 부릅니다. 《삼국지》의 시대에 ‘경’은 아랫사람을 부르는 말로 누구나 쓸 수 있었는데, 《삼국연의》에서 호칭어 ‘경’은 군주만 사용하는 말로 바뀐 듯합니다(아직 끝까지 읽지는 않아서 추측입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삼국연의》에서는 이 시기의 손책을 아직 군주로 취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손책이 주유를 부하가 아닌 친구로 대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손책은 젊은 나이에 죽었고, 주유는 손책의 뒤를 이은 어린 동생 손권을 섬기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적벽대전이 일어날 무렵, 손권이 강동을 노리는 조조에게 항전할지 항복할지를 논의한 끝에 자신과 뜻이 맞은 주유에게 말합니다. “이것은 하늘이 에게 주신 것이오.” 《삼국지》에서는 이랬습니다. 그런데 《삼국연의》의 대사는 살짝 달라집니다. “이것은 하늘이 에게 주신 것이다.” ‘군’은 존칭이지만 ‘경’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라는 자칭과 ‘경’이라는 호칭 모두, 손권과 주유의 군신 관계를 확실하게 드러냅니다.

이 변화가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손권이 비슷한 말을 노숙에게 할 때는 존대 여부가 또 다른 방식으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주유에 앞서 노숙도 항전을 주장했고, 노숙도 손권에게 같은 치하의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삼국지》에서는 오히려 손권이 노숙을 ‘경’이라고 불렀고, 《삼국연의》에서는 이 호칭이 자[子敬]로 바뀌었습니다. 나본 양반이 세밀하게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텍스트만 놓고 보면 주유에 대한 손권의 대접이 묘하게 안 좋네요. 재미있습니다. 주유에게는 덜 재미있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