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조적과 다른 역적들

조적과 다른 역적들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5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조적’이라는 칭호

예전에 ‘삼국지’를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을 읽을 때 조조를 ‘조적’이라고 칭하는 것이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한자를 병기한 경우는 보지 못했지만 대략 조씨 성을 가진 역적[曹賊]이겠거니 하고 짐작했습니다. 딱 보아도 연의에 나올 것 같은 표현이라서, 《삼국지》 원문을 읽기 시작할 때는 굳이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안 나오는 말일 테니까요. (정말 안 나옵니다.)

삼국연의의 두 ‘조적’

그리고 한두 해쯤 지나서 결국 《삼국연의》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고… 마침내 본문을 검색해 보니 ‘曹賊’이 23건 나왔습니다. 옛날에 추측한 것이 맞았다고 확인하고 나서는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나중에 연의 본문을 읽다가 조조의 이름을 쓴 ‘操賊’이 나와서 놀랐습니다. 심지어 26건씩이나 되어서 성을 쓴 것보다 더 많았어요! 성을 쓰는 것보다 이름을 부르는 것이 상대를 더 낮추는 표현이라서 크게 웃었습니다. 조조를 놀리기 위해서는 조적曹賊만으로 부족했고 이름을 직접 불러 주어야 했던 것입니다.

다른 역적들

아무튼 삼국연의에 나오는 역적은 조조 말고도 많습니다. 또 누구에게 쓰였는지가 궁금해서 다른 적들을 더 찾아보았습니다. ‘조적’을 제외하면 성을 쓰는 것이 다섯 가지, 이름을 쓰는 것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 {성}적: 동적董賊(동탁), 여적呂賊(여몽), 이곽이적李郭二賊(이각·곽사), 규대이적媯戴二賊(규람·대원), 범장양적范張兩賊(범강·장달)
  • {이름}적: 탁적卓賊(동탁), 각사적傕汜賊(이각·곽사)

성의 경우 황제를 납치한 이각·곽사, 손익을 살해한 규람·대원, 장비를 살해한 범강·장달 등 두 사람이 세트로 쓰이는 것이 주로 눈에 띕니다. 단독으로 쓰인 인물로는 동탁과 여몽이 있는데, 여몽은 관 공을 전장에서 잡아 죽여서 들어간 것인 만큼 다른 역적들에 비하면 억울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연의니까요. 관 공은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한편 이름을 불리기 위해서는 동탁과 이각·곽사쯤 되는 악당이 되어야 합니다. 아니면 조조가 되거나요.

그런데 출현 빈도를 따지면 이 역적들의 칭호는 초라합니다. 다들 1–2회 나오는 것이 고작입니다. 20회 이상씩 나오는 ‘曹賊’과 ‘操賊’에는 비교할 바가 못 됩니다. 역시 연의 최고의 악당은 조조입니다.

여담 1.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賊’이 아닌 ‘敵’을 쓰는 작품도 있었는데, 한문 원문에서 ‘敵’이 이렇게 성이나 이름과 결합하는 패턴으로 쓰이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적[敵]보다 역적[賊]이 더 재미있지요.

여담 2.

성이나 이름 같은 고유명사를 쓴 것 외에 꼭 소개하고 싶은 역적 호칭으로 ‘귀가 큰 역적’[大耳賊]이 있습니다. 성이나 이름을 안 적어도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는 인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