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체장부인(體長婦人)의 뒷이야기

체장부인(體長婦人)의 뒷이야기

원소의 남성성 흠집내기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이 블로그에서는 예전에 〈체장부인의 수수께끼〉라는 글을 통해 《삼국지》 주석에 나오는 체장부인이라는 문구를 발견하고 해석을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삼국지》와 《진서》에서 근거를 확충하고 ‘체장부인’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자 합니다.

우선 ‘체장부인’이 나온 문장을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원본초는 공경의 자제로 수도에서 태어나 여자처럼 자랐습니다. […] 창칼에 뛰어들어 적과 자웅을 겨루는 데는 명공의 적수가 아닙니다.1

《삼국지》 위지16 〈정혼전〉 주석에 인용된 《한기

여기서 ‘여자처럼 자랐다’라고 번역한 부분의 원문이 바로 ‘체장부인’입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일본어 웹과 중국어 웹을 검색해 보았을 때 체장부인에 대한 해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1. 몸집이 여자 같다 [體長: 몸집과 키(명사구)]
  2. 여자의 손에서 자랐다 [體長: 몸이 자라다(동사구)]

1번은 (아마도 오타쿠의 취향에 잘 맞아서인지) 일본어권에서 주로 나왔고, 2번은 중국어권에서 주로 나왔습니다. 체장부인 네 글자만 놓고 본다면 두 해석이 모두 타당한 듯합니다.

둘 중에서 어느 쪽이 더 그럴듯한지를 따져 보기 위해서는 앞뒤 맥락을 더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체장부인 앞에 나온 말은 생처경사입니다. 경사, 즉 수도에서 태어났다는 뜻입니다. 이 네 글자와 함께 본다면 2번 해석이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한문에서 대구를 많이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하고 여덟 글자를 함께 읽어 봅시다. ‘수도에서 태어났고 몸집이 여자 같다’보다는 ‘수도에서 태어났고 여자의 손에서 자랐다’가 대구로서 더 적절합니다.

그런데 이 여덟 글자를 포함한 대화 전체의 맥락을 고려한다면 다시 1번 해석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어집니다. 이 대화의 배경은, 관동에서 반동탁연합이 결성되었을 때 수도에서 정태라는 인물이 동탁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병력을 줄이기 위해 원소, 장막, 공융 등 반동탁연합의 핵심 군벌들을 일부러 깎아내리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가 느끼기로는 아무래도 ‘여자의 손에서 자랐다’보다 ‘몸집이 여자 같다’가 더 치명적인 약점일 것 같단 말이죠.

과연 《삼국지》 세계관에서 여자의 손에서 자랐다는 것이 흠이 되었을까요? 《삼국지》에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나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남자는 적지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유비가 있습니다. 유비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짚신과 돗자리를 만들어 팔며 생계를 꾸렸습니다. 또한 노숙은 할머니에게 양육되었고, 강유는 어머니에게 양육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적들이 이런 성장 배경을 약점으로 삼아 비하하는 장면은 찾을 수 없습니다. 반면, 남자가 잘생긴 얼굴과 건장한 체격을 가진 것이 큰 장점으로 통하는 세계관에서 장수의 몸집이 여자 같다는 것은 확실히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곧바로 1번, 몸집이 여자 같았다는 결론을 내리자니 왠지 모르게 찜찜해집니다. 첫 번째 이유는, 《삼국지》에는 이미 원소의 외모를 형용하는 말로 유명한 자모위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체구가 작다고 해서 꼭 위엄이 부족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어색한 기분을 떨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삼국지》에 앞서 나온 역사책으로 《사기》와 《한서》에서 비슷한 표현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기》에서 장량을 묘사할 때 狀貌如婦人好女, 《한서》에서 채의를 묘사할 때 貌似老嫗를 쓰기는 했으나 느낌이 다릅니다. 결정적으로 체장부인에는 如[같다]나 似[비슷하다]처럼 분명한 비교 표지가 없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는 2번, 원소가 여자의 손에서 자랐다는 해석을 채택하고자 합니다. 결정적인 근거는 《진서》 권6 〈후주기〉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삼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역사책 《진서》와 다른 책이라는 점에 유의합시다.

후주는 깊은 궁궐에서 태어나 여자의 손에서 자랐다. 나라가 이미 쇠망한 지경에 처했는데도 농민의 어려움을 몰랐다.2

《진서》 권6 〈후주기

여기에서 장부인지수는 명백하게 ‘여자의 손에서 자랐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生深宫之中,長婦人之手의 대구는 《삼국지》 주석에 나온 生處京師,體長婦人의 대구와 비슷합니다. 특히 어디에서 태어나서 누구의 손에 자랐는지를 나란히 묘사하는 구조가 일치합니다. 《진서》는 남북조시대 남조의 마지막 왕조를 다룬 역사책으로 《삼국지》보다 훨씬 뒤에 쓰이기는 했지만, 을 나란히 쓰는 용법이 같은 만큼 의미도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체장부인 단독으로는 비난이 성립하기 어렵지만, 생처경사와 합쳐졌을 때는 원소의 남성성을 흠집내는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정태는 변방에서 거칠게 자란 사나이 동탁과 서울에서 곱게 자란 도련님 원소를 대비시켜서 동탁을 안심시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원문

  1. 袁本初公卿子弟,生處京師,體長婦人;張孟卓東平長者,坐不窺堂;孔公緒能清談高論,嘘枯吹生,無軍帥之才,負霜露之勤;臨鋒履刃,決敵雌雄,皆非明公敵,三也。 

  2. 後主生深宫之中,長婦人之手,既屬邦國殄瘁,不知稼穡艱難,初懼阽危,屢有哀矜之詔,後稍安集,復扇淫侈之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