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거거’를 주로 쓴 사람은?

‘거거’를 주로 쓴 사람은?

《삼국연의》 호칭어 노트 06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王霞(2017)1에 따르면 손위형제를 가리키는 ‘兄’(형)이라는 말은 당나라 때부터 입말에서 ‘哥’(가)로 교체되기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중첩한 ‘哥哥’(가가)는 금나라 때의 작품 《서상기제궁조》라는 작품에 처음 나타나고, 원대에도 계속 쓰였다고 합니다.

원나라 말기의 작품인 《삼국연의》에도 이 말이 쓰였을까요? 소설 원문에서 ‘哥哥’(가가)를 검색하면 총 30회가 나옵니다. (참고로 ‘大哥’(대가)나 ‘阿哥’(아가)는 좀 더 후대에 퍼진 말로, 14세기 사람 나본에게는 낯설었는지 《삼국연의》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30회 중 26회가 장비의 대사입니다. 거의 장비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보아도 되겠습니다.

《삼국연의》에서 장비가 독점하다시피 한 단어라는 데서 이미 어감이 짐작이 가는데, 저자 나본은 더욱 친절하게 장비의 행동을 묘사해 줍니다. 유비를 ‘哥哥’(가가)로 지칭할 때 장비는 주로 화가 나 있고(물론 유비에게 화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소리 높여 고함을 치고[高聲大叫],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꾸짖으며[瞋目大叱], 길을 막고 크게 위협합니다[攔路大喝]. 오늘날의 조직폭력배 일원 같습니다.

30회 중 26회를 장비가 썼다면 나머지 4회는 누가 썼을까요? 한 번은 장비와 대화하는 미 부인, 한 번은 유비의 꿈에 나타난 관우의 귀신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번은 손권의 동생 손 부인이 오빠를 가리킬 때 썼습니다. 2회 이상 쓴 사람이 장비를 빼면 손 부인밖에 없는 셈입니다. 소설 전체에서 손 부인의 대사 분량이 장비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을 감안하면, 2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삼국연의》에서 손 부인은 장비 못지않게 거칠고 사나운 캐릭터인 것입니다.

장비와 손 부인의 조합이라고 하니까 원대의 잡극 《격강투지》가 생각납니다. 주유 비하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1. 📖 王霞. (2017). 〈《老乞大》四版本稱謂硏究〉. 《한국중어중문학 우수논문집》, 135-166.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9290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