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복날
건안4년 여름, 허도에서.
여름의 복일伏日은 겨울의 납일臘日과 더불어 한漢의 2대 명절이다. 이날에 사람들은 모여서 제사를 지내고 먹고 마신다.
복날이라고 사공부 속관들에게 휴가를 준 조조는 오늘은 때가 안 좋다는 순욱의 만류를 듣지 않고 진궁을 찾아갔다.
진궁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매일 뜰에 나와서 지팡이를 짚고 걷는 것을 연습한다고 들었는데.’
“설마 종일 그러고 있었어? 안 더워?”
속이 반쯤 비칠 만큼 얇은 여름 홑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여 등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일어나 봐. 세수 안 하고 머리 안 빗었어도 괜찮으니까…”
“……”
웅크린 뒷모습까지 마냥 귀여워서, 조조는 선심을 쓸 기분이 들었다.
“공대, 오늘 같은 명절에 계속 이불만 뒤집어쓰고 있을 거야? 지금 얼굴 보여주면 이따가 가족도 만나게 해 줄게.1”
이불 속에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천천히 올라왔다.
“가족을 만나게 하는 건 공이 결정할 일이지, 내가 얼굴 한 번 보이고 말고 하는 게 무슨 상관인가요.2”
조조는 기뻐했다. ‘좋아, 역시 가족 이야기를 꺼내면 대답을 하는군.’
“작년에 백문루에서 죽었더라면 오늘 제사라도 받고 있었을 텐데.”
진궁이 입을 열어서 흐뭇해진 조조는 상냥하게 알려주었다.
“그랬으면 제사를 지낼 처자식을 살려 놓지도 않았을 거야.”
진궁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을 이었다.
“일어나서 밥 먹자. 오늘 제사에 쓴 고기를 차려오라고 했…”
말을 끝내지 못하고 멱살을 잡혀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공대의 왼팔이 이렇게 힘이 좋았던가?
진궁은 조조를 내려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제사에 참여할 자격도 없는3 형여刑餘의 몸4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격해서 잠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조조도 웃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나중에 죽어서 제사를 받으려거든 오늘 차린 음식은 다 먹어야 해.”
- 《한서》 〈외척전〉에서 무제 유철이 애첩 이 부인에게 한 번만 얼굴을 보여 달라고 애원하는 에피소드가 레퍼런스입니다. (양심 없음)
此篇为韩文版。👉 查看中文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