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1-3. 붉어진 얼굴

1-3. 붉어진 얼굴

건안5년 봄 정월, 관도에서.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그날 아침은 웬일로 진궁이 시자侍者에게 말을 걸었다.

“조공曹公은 별고 없으신가?”

이 말을 전해 들은 조조는 진궁이 자기에게 먼저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두통도 한결 덜한 듯했다.

‘저녁에 공대에게 잠깐 들러야겠군.’

❊✬✬

저녁에 조조는 진궁을 찾아갔다. 시뻘게진 얼굴로 씩씩거리면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내가 알아도 되는 일인가요?”

조조는 잠시 망설였다. 진궁이 바깥세상과 접촉하는 것을 막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겸손하게 묻는 것을 보니까 기특했다. 어차피 떠들 작정으로 오기도 했다.

“고를 죽이려고 한 일당이 있었어.”

“나도 그랬었는데요.”

진궁이 호기심을 보이지 않자 그것은 그것대로 서운했다.

“경은 실패했고!”

“그쪽도 성공을 못 했으니까 지금 공이 살아서 오셨겠죠.”

맞는 말만 하고 같이 화를 내어 주지 않아서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그만 입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아쉬운가?”

“네?”

어서 부정해 주면 좋겠는데,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눈초리만 돌아오니까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이 심해졌다.

“왜 놀라지도 않아?”

“도처에 공의 적이 있다는 게 놀라울 일인가요?”

내가 여기에 왜 왔더라? 그래, 공대는 왜 하필이면 오늘 내 안부를 물은 거지? 터무니없는 망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멈추어지지가 않았다.

“고의 적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누구부터 읊어 드릴까요? 일단 여포는 진작에 죽었고.”

진궁도 이제는 불쾌함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 뻔한 것들 말고 더 가까이 있는 걸 말해 봐!”

“모르죠. 내가 일 년 동안 끌려다니면서 본 사람이 공밖에 없는데.1 아, 처음에 태의太醫가 몇 번 왔지. 고맙기도 하셔라.”

태의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태의 길평吉平도 일당 중의 한 명이었다.2 조조는 기어이 칼을 뽑아들고 진궁에게 겨누었다.

“그래, 태의를 만났었지! 태의가 무슨 말을 하던가?”

“내 다리를 보라고 태의를 보낸 건 공이었잖아요?”

진궁은 더 참기 어려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내가 어쩌기를 바랍니까? 조맹덕.”

“……”

간절하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기에 대한 충심을 구구절절 늘어놓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것을 진궁에게서 얻어낼 수 없다는 사실만 분명해질 뿐이었다.

조조는 칼을 바닥에 내던지고 돌아섰다. 뒤에서 진궁의 목소리가 들렸다.

“칼 챙겨요. 내가 등 뒤에서 찌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

혼자 남은 진궁은 뺨에 손을 갖다 대고 열을 식혔다. 표정을 감추는 것은 그의 장기가 아니었다.3

그때 태의에게 대답했듯이 끝까지 모르는 일로 덮어 둘 작정이었다.4 그것은 잠깐 듣기에도 안쓰러울 만큼 허술한 계획이었다.


  • 의대조 사건은 《삼국연의》 버전을 따랐습니다.
  1. 신분제주의자는 시자를 세지 않네요. 자기를 감시하는 사람으로만 인지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 길평이 동승의 조조 암살 모의에 가담한 것은 《삼국연의》의 설정입니다. 

  3. 물론 학맹의 난에서 따 왔습니다. 

  4. 조조에게 원한 있음 + 조조가 예뻐함 + 머리 좋음 세 가지를 갖춘 진궁을 찔러 보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날조) 

此篇为韩文版。👉 查看中文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