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외전 2-2-1. 납일

외전 2-2-1. 납일

건안7년 겨울 12월, 관도에서.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이번 납일臘日에 궁한테 잠깐 들르시면 안 돼요?”

“뭐하려고?”

조조는 진궁의 유혹에 넘어갈 준비가 다 되어 있었지만 짐짓 엄하게 물었다. 예전에 여름 복날伏日을 맞아 진궁에게 제사 고기를 보냈다가 봉변을 당한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뒤로 지금까지 진궁에게는 여름 복날도 겨울 납일도 따로 챙겨 주지 않았다. 진궁도 굳이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진궁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답했다.

“사1 흉내라도 내 보고 싶어서… 형여刑餘의 몸이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진 못해도 몰래 고양이를 부르는 것 정도는 괜찮겠죠.2

여덟 신령 중에서 고양이를 고른 이유가 궁금했지만, 아무튼 조조는 당일에 각종 행사를 치르고 나서 해가 질 무렵이 되어 고양이 가면을 가져왔다.

“알지? 사를 지낼 때는 갓끈 풀고 제대로 놀아야 해.3

“어차피 풀 갓끈도 없어요.”

진궁은 조조가 시키기도 전에 고양이 가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碩鼠碩鼠 無食我苗 쥐야 쥐야 큰 쥐야 내 싹을 먹지 마라 《시경·위풍》 〈석서〉

조조는 일어나서 춤을 추었다. 진궁은 노래를 계속했다. 뜻밖에 실력이 좋았다.

三歲貫女 莫我肯勞 너를 삼 년 알았는데 나를 위로 않는구나
逝將去女 適彼樂郊 널 버리고 떠나가서 저 즐거운 교외 간다
樂郊樂郊 誰之永號 즐거운 교외에서 누가 길이 탄식할꼬

진궁은 노래를 다 부른 뒤 천장을 향해 말했다.

“야-옹.”

조조는 되물었다.

“야옹?”

진궁은 투덜거렸다.

“공은 왜 야옹거려요?”

“공대가 먼저 했잖아.”

“공이 춤을 추니까 쥐들이 도망가 버렸어요.”

조조는 놀라서 물었다.

“이 집에 쥐가 있어?”

진궁은 고양이 가면을 벗고 대답했다.

“밤에 누워 있으면 천장에서 돌아다니는 소리가 잘 들려요. 제일 사납게 찍찍거리는 놈이 봉선이.”

“맹덕이는 없어?”

“있……으면 좋겠어요?”

조조는 농담으로 물었는데 진궁은 당황한 기색으로 둘러댔다.

“살아 있는 쥐새끼한테 감히 어떻게 공의 자를 붙이겠어요?”

“그래서 쥐새끼들한테 들려주려고 고양이 놀이를 하자고 한 거야?”

“……네.”

“고양이를 부른 김에 쥐들을 다 없애 줄게.”

진궁은 애절하게 물었다.

“기둥 갉아 먹는 것도 아닌데 그냥 두시면 안 될까요?”

“안 돼.”

조조는 시자들을 꾸짖고 쥐를 모조리 잡아 없애라고 명령했다. 다음에 진궁에게 노래를 또 시켜 보아야겠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1. 납일에 지내는 제사. 여기에서는 ‘랍’이 아닌 ‘사’라고 읽습니다. 

  2. 《예기》 〈교특생〉에 따르면 사에는 여덟 가지 신령을 불렀고, 그 중에 하나가 밭의 쥐를 없애 주는 고양이입니다. 

  3. 《예기》 〈잡기 하〉에서 공자의 제자 자공은 사를 보고 온 나라 사람들이 미친 것 같다고 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