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3-5. 모주의 마지막 식사와 마지막 계책

3-5. 모주의 마지막 식사와 마지막 계책

건안12년 봄 2월, 동무양에서.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이번 여정은 여러모로 평소와 달랐다. 일단 장료가 인솔하는 것부터가 예외적인 일이었다.

전날과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전사傳舍에 도착했을 때 사장舍長이 불편해하기는커녕 최고급 대사代舍1를 내어 주는 일은 처음이었다. 호송 문서를 훑어보는 사장의 얼굴에 비웃음이 비쳤던 듯도 했지만 장료는 자기가 잘못 본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진궁이 수레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버틴 것도 처음이었다. 물론 그의 저항은 아무 효과도 없었다. 장료는 이곳이 진궁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내지 못했다. 떠올렸다고 해도 그가 왜 수레 안에 처박혀 있으려고 하는지 이해를 못 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몸이 씻기고 옷이 갈아입혀진 진궁은 앉아서 무릎을 껴안고 얼굴을 파묻기부터 했다. 그사이에 사장이 직접 가져온 밥상에는 국과 채소 반찬이 있었고 심지어 잉어찜이 있었다. 전사에서 출장자의 신분에 따라 다른 식사를 제공하게 되어 있는 전식률2을 위반하는 것이었지만 장료는 내심 기뻤다. 전날 전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수레 안에서 웅크리고 자야 했던 진궁이 오늘 하루라도 편하게 지내기를 바랐다.

사장은 진궁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안심하세요. 군3을 알아볼 고향 사람들은 진작에 죽거나 여길 떠났으니까요.4

진궁은 부들거리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억지로라도 밥을 드세요.5

사장은 진궁을 내려다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나갔다.

진궁은 한숨만 쉬고 밥상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장료가 다시 권했다.

“드세요.”

진궁은 갑자기 눈을 빛내고 뺨을 실룩거렸다. 서 있는 장료를 올려다보고 물었다.

“명령이야?”

목소리가 떨리고 숨소리가 거칠었다. 장료는 영문을 몰랐지만 진궁이 고통스러워하는 부분6을 건드렸다는 것은 어렴풋하게나 추측할 수 있었다.

“료가 선생께 감히 드리는 부탁입니다. 제발 한 술이라도 떠 주세요.”

진궁은 노여움을 풀지 않았다.

“예, 그러지요. 형여刑餘의 몸이 장군의 명령을 어떻게 거역하겠습니까.”

밥그릇을 들고 밥을 잠시 씹다가 곧 뱉었다.

“여반糲飯이 들어가야 할 입에 패반粺飯을 넣으니까7 속에서 안 받나 봅니다. 어쨌든 한 술이라도 뜨라는 명령은 따랐습니다.”

장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진궁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했다.

“형여의 몸이 주제도 모르고 쉬겠다는 건 아닌데요,8 귀한 등촉을 낭비하는 죄는 그만 짓고 싶네요.”

진궁은 침상으로 기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장료는 하는 수 없이 상을 물리고 매뉴얼에 따라 그의 양옆에 병사 한 명씩을 붙인 뒤 등불을 끄고 나갔다.

❊✬✬

이튿날 역시 매뉴얼대로 날이 밝기 전에 전사를 나왔다. 창정진倉亭津9에 도착해서 배를 탈 무렵에는 해가 떠 있었다. 장료는 배가 출발한 뒤 진궁을 가두어 놓은 장막 안으로 들어가서 포박을 풀고 읍을 했다.

“어제는 료가 실수했습니다.”

진궁은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장료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선생께서는 이런 생활을 끝내고 싶지 않으십니까?”

진궁은 천천히 눈을 뜨고 말했다.

“왜, 이번엔 내 목을 쳐 줄 거야?”

장료는 기겁하며 정정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다시 조 공을 위해 일하시면…”

“지금 하는 말, 조 공한테 물어본 적은 있어?”

진궁은 장료의 말을 자르고 장료를 쏘아보았다. 장료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조조에게 말하고 허락받은 일은 아니지만 장료는 자기 나름대로 확신하고 있었다.

“조 공께서는 사람의 재능을 제일 중요하게 보시는 분이십니다.10

“내가 가진 재능 중에서 최고였던 게 뭔 줄 알아? 남을 설득해서 반란을 일으키는 거야.”

진궁은 이를 악물고 웃다가 덧붙였다.

“이제는 나하고 상대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11 영영 못 쓰겠지만.”

장료는 대뜸 말했다.

“잘됐네요.”

“뭐라고?”

“남은 재능을 조 공한테밖에 못 쓰신다는 거잖아요.”

진궁은 기가 차서 고함을 지르려다가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억눌렀다.

“그 말이 어떻게…… 그런 뜻이 돼?”

장료는 열심히 부린 재치를 진궁이 받아주지 않자 꾸중을 들은 아이처럼 풀이 죽었다. 진궁은 한동안 눈썹을 찡그리다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문원이 왜 억지로 떼를 쓰는지는 알겠어.”

얼굴이 한결 펴진 그는 장료에게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고 소리를 더욱 낮추어 속삭였다.

“지금 있는 곳에서 처지가 같은 사람이 필요하구나. 여봉선을 섬겼다는 전력을 나눠서 부담해 줄 사람이.12

장료는 찔렸지만 힘을 다해 변명했다.

“선생께서 고생하시는 게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에요.”

진궁은 못 들은 척하고 부드럽게 물었다.

“아직도 지난 일에 신경이 쓰여?”

그리고 짖궂게 덧붙였다.

“후13가 존경하는 조 공이 그것밖에 안 돼? 사람의 재능을 제일 중요하게 본다며?”

장료는 황급히 대답했다.

“조 공은 괜찮아요.”

진궁은 온 힘을 다해 미소를 짜냈다.

“그럼 됐네. 잘할 수 있을 거야. 억지로라도 밥을 먹어.”

장료는 고개를 숙였다. 그때 배가 잠시 흔들리다가 멈추었다.

진궁은 웃음을 거두었다.

“하수河水를 다 건넜나 보네.”

“선생께 다시 불편을 끼치게 됐습니다. 조금만 더…… 참아 주세요. 오늘, 아니면 늦어도 내일이면 업에 도착할 거예요.”

장료는 여기까지 말하고 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지만 진궁이 그를 붙잡았다.

“도망치지 마. 다른 사람 시키지 말고 후가 해.”

“료가요?”

장료는 머뭇거렸다.

“이런 거 하나 못 하니까 남들 눈치를 보게 되잖아.”

진궁은 망설이는 장료를 다그쳤다.

“할 거야, 말 거야?”

“……하겠습니다.”

장료는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밧줄을 꺼내 진궁의 양 손목을 등 뒤로 묶었다. 진궁은 포박이 단단한 것을 확인하고 다음 지시를 내렸다.

“잘했어. 그리고 조 공한테 보고할 땐 내 이름을 말해.14 다른 말로 뭉개면 안 돼.”

진궁은 장료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어서 자루 씌워. 민망하니까 내 얼굴은 그만 쳐다보고.”


  1. 사기 맹상군열전에 나오는 용어. 기원전 3세기라서 현 시점과 500년 정도 차이가 있는데 그냥 막 씁니다. 

  2. 수호지진간에 나온 전식률 역시 기원전 3세기의 진의 법령이지만 어차피 한이 진의 제도를 계승했으니까! 하고 갖다붙입니다. 진궁이 조조가 정해 준 거처에서는 잘 먹고 잘 입지만 바깥에서는 형도刑徒의 신분으로 취급되어 전식률에 따라 거친 맨밥 반 그릇만 받는다는 설정입니다. 

  3. 현대 한국어나 일본어에서와 달리 존칭입니다!!! 존칭이에요!!!! 

  4. 진궁은 연주에 먼저 조조를 끌어들이고 나중에는 여포를 끌어들여 조조에게 반란을 일으킵니다. 21세기 사람인 아가 보기에는 전범이에요. 

  5. 강반强飯 혹은 강식强食. 글자 그대로는 억지로라도 식사를 하라는 뜻이지만, 한서와 후한서에서는 현대한어의 “기름 더 넣어!”[加油]와 같이 남을 격려하는 말입니다. 

  6. 1-8 〈선조에게 지내는 제사〉의 강제급식. 

  7. 염철론 산부족. 신분이 높은 사람은 백미밥인 패반粺飯을 먹고 낮은 사람은 현미밥인 여반糲飯을 먹습니다. 

  8. 한서 형법지. “형을 받은 사람은 쉴 수 없다.” 

  9. 삼국지 위서 정욱전. 진궁이 연주에서 반란을 일으켰을 때 정욱이 창정진을 끊어서 진궁이 황하를 건너 진군하는 것을 막았습니다. 

  10. 삼국지 위서 무제기. 아무튼 조조가 구현령을 내리기는 했죠… 

  11. 예기 왕제. “통치자의 가문에서는 형을 받은 사람을 보호하지 않으며, 대부는 형을 받은 사람을 돌보지 않으며, 사는 형을 받은 사람을 길에서 만나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12. 사실 장료 외에 여포의 부하였던 사람으로 이미 장패가 있지만 기왕이면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고 칩시다. 

  13. 1-5 〈세 사람〉 참조. 진궁이 장료를 놀릴 때 쓰는 호칭이라는 설정입니다. 

  14. 이름을 말하지 않고 돌려서 칭하는 것은 대상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1-8 〈선조에게 지내는 제사〉에서 장료는 조조에게 말할 때 진궁의 이름을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고 “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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