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자루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기
건안12년 봄 2월, 순우에서 업으로 가는 길에.
교섭에 실패하고 나온 장료는 진궁을 실은 수레로 다가가서 문을 살살 두드렸다.
“선생, 료遼입니다. 잠시 열어도 괜찮겠습니까?”
“이번에도 장군이셨나? 바람이 들게 해 주면 나야 고맙지.”
장료는 봉인을 뜯고 수레의 뒷문을 열었지만 다음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진궁도 평소의 루틴과 다른 점을 곧 눈치챈 것 같았다. 해가 져서 어두워졌으니 여느 때라면 병사 한 명이 즉시 그를 끌어내어 업고 전사傳舍1에서 정해 준 방으로 들어갔어야 했다.
“무슨 일 있구나?”
“송구하지만…”
“전사에서 나한테 줄 방이 없대?”
장료는 난처한 상황을 설명할 부담을 덜었다. 자기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금방 꿰뚫던 모주謀主의 능력은 여전했다. 그러나 이제 그 날카로움으로 그가 찌를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었다.
“사장舍長2이 상이라도 치르나 보네. 형여刑餘의 몸이 재수 없게 남의 관 근처에 얼쩡거리면 안 되지.3”
“…죄송합니다.”
호송 중에는 사장의 결정에 따르라는 매뉴얼을 지켜야 했다. 모주가 세상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를 마침내 실감했다.
“혹시 그동안 이런 일을 자주 겪으셨습니까?”
“지금까지 없었던 게 신기할 정도야. 낮에 들리던 말로는 연주로 넘어온 모양인데. 여기선 내가 더한 환대를 받아도 이상할 게 없어.4”
지금이 밤이고 진궁의 얼굴이 자루로 덮여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장료는 이 순간에 그가 짓고 있을 표정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아무튼 여기서 쪼그리고 자는 건 좋은데 포승은 좀 풀어 줘. 어차피 당장은 혼자 걷지도 못하는 걸.”
매뉴얼에 따르면 목적지인 업에 도착할 때까지는 지팡이를 돌려주지 않게 되어 있었다.
장료는 진궁의 손목을 묶은 밧줄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풀고 머리에 씌운 자루를 벗겼다. 몇 년 만에 본 그의 얼굴은 달빛을 받아 더욱 창백했다. 장료는 전사에서 얻어 온 죽을 진궁에게 먹이고 그를 부축해서 변소에도 다녀 왔다.
“조 공께서 선생을 아이처럼 잘 돌보라고 하셨는데 료遼가 면목이 없습니다.”
“아니야. 덕분에 고향 근처 하늘도 올려다 보고 땅도 밟아 봤잖아. 포로가 다시 못할 경험이지.”
장료는 내내 입안에 담아 두고 있던 말을 꺼냈다.
“다시 조 공의 부하가 되시면 더 넓은 곳에도 다니실 수 있을 거예요.”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아, 형여의 몸의 말소리가 빈소에 들릴 정도가 되어선 곤란한데.”
진궁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아무튼, 이대로 옆에 서서 잠도 안 자고 밤새 지키고 있을 거야?”
“시간 되면 교대할 겁니다. 잠자리가 불편하시겠지만 안녕히 주무세요.”
장료는 다시 수레에 태워진 진궁이 자루를 말아서 베개로 삼고 웅크려 눕는 것을 보고 뒷문을 닫았다. 봄이 무르익어 다행히 밤은 퍽 포근했다. 수레 안에서 마른기침 소리가 간간이 나오다가 곧 잦아들었다. 장료는 문득 저 안에서도 풀벌레 소리가 들릴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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