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정월대보름을 조심하세요, 당신이 조씨라면

정월대보름을 조심하세요, 당신이 조씨라면

《삼국연의》의 원소절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음력 1월 15일. 한국에 정월대보름이 있다면, 중국에는 원소절이 있습니다. 혹은 상원절이라고도 합니다. 역사책 《삼국지》에서는 “원소절”이라는 명칭이 아직 없었지만, 소설책 《삼국연의》에서 저자 나본은 자신의 시대에 익숙한 명절인 원소절을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활용했습니다. 《삼국연의》에서 원소절은 모두 세 군데에 나옵니다. 이 세 번의 공통점을 알아봅시다.

원소절에 일어난 사건들

우선 초기에 의대조 사건에서 헌제의 후궁 동 귀비의 아버지인 동승은 원소절에 왕자복 등과 함께 조조를 죽이는 꿈을 꾸었습니다.

오늘 승상부에서 큰 연회를 열어 원소를 경축할 테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승상부를 포위하고 돌입해서 조조를 죽인다면 온 백성도 도와줄 것입니다.1

《삼국지통속연의》 〈권지오

당연히 “온 백성도 도와줄 것”이라는 요행에 기댄 허술한 계획은 실패했고, 조조는 동승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일가를 몰살했습니다.

그리고 조조는 더 큰 권력을 손에 넣어 (중략) 위공이 되고 말년에는 위왕이 되었지요. 경기와 위황이 위왕 조조를 제거하고자 할 때 김위는 원소절에 벌이는 점등 행사를 활용해서 군영에 불을 지르고 거사한다는 계획을 제안했습니다.

정월 15일 밤 성 안에서 등불을 잔뜩 켜고 원소를 경축할 것입니다.2

《삼국지통속연의》 〈권지십사

물론 이 계획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촉나라 황제 유선이 위나라 장수 등애에게 항복하자 촉나라의 강유는 위나라 장수 종회를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게 했는데, 이때 종회도 자신을 거스르는 장수들을 한꺼번에 죽여 버릴 기회로 원소절 축제를 이용했습니다.

내일 상원령절 고궁에서 등불을 성대하게 켜고 장수들을 초청하여 술잔치를 열어서, 따르지 않는 자들은 다 죽여 버리죠.3

《삼국지통속연의》 〈권지이십사

이 계획 역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보니 조씨 세력에 반기를 드는 모의가 원소절에 집중되어 있네요. 모두 실패로 끝났지만… 《삼국연의》의 조조는 정월 15일이라면 치를 떨었을 것 같습니다.

여담: 원소병

중국에서 원소는 원소절이라는 절기의 이름이자, 원소절에 먹는 음식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원소병이라는 음료가 있는데, 대한제국 시기 《부인필지》라는 책에 ‘하북의 원소가 먹던 떡이므로 부르기를 원소병이라 한다’라고 나와서인지 삼국지에 나오는 원소와 연관짓기도 합니다.

원소병의 유래로는 『규합총서(閨閤叢書)』에 북경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원소(元宵)라 하는데 정월대보름날에 달을 보며 먹는 떡이라 하여 원소병(元宵餠)이라 하였다고 하고,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의하면 중국 삼국시대의 원소(袁紹)가 즐겨 만들어 먹던 떡이라 하여 원소병(袁紹餠)이라 하였다고 하며, 작고 동그란 떡이라 하여 원소병(圓小餠)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국유정담》 2014년 02월호 〈정월 대보름 음식 속에 숨겨진 과학과 지혜

하지만 먼저 나온 《규합총서》에 따라 원소병은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인 원소절에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동그랗고 작은 떡이라는 뜻의 원소병, 후한 말의 군벌 원소가 즐겨 먹었다는 원소병 등은 아무래도 한국어로 한자음이 같기 때문에 이후에 생겨난 썰이겠지요.


원문 및 주석

  1. 乘今日府中大宴,慶賀元宵,不可失此機會,將府圍住,突入殺之,萬民亦相助矣。 

  2. 正月。十五日夜間,城中大張燈火,慶賞元宵。 

  3. 來日上元令節,於故宫大張燈火,請諸將飲宴,如不徔者,盡殺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