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매화? 그거 먹는 건가요?

매화? 그거 먹는 건가요?

고대 중국인들에게 매梅가 가졌던 의미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梅(매)라는 한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나무 전체? 열매? 꽃?

문인화의 주요 소재인 사군자 ‘매난국죽’(중국어로는 국화와 대나무의 순서가 바뀌어 梅蘭竹菊)에서 는 꽃을 가리킵니다. ‘묵매’의 또한 매화꽃입니다. ‘매향’도 매화의 향기고, ‘탐매’도 매화를 찾는 것입니다. 이렇게 “동양풍” 분위기를 내는 소재로서 는 열매보다 꽃의 이미지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는 중국에서 처음부터 꽃으로 주목받았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한나라 및 이전의 문헌에서 한자 梅(매)가 어떻게 쓰였는지 찾아보고, 당시 사람들이 이 식물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Chinese Text Project 데이터베이스 라이브러리에서 검색해 보면 중국 한나라 때까지의 문헌을 통틀어 梅(매)가 나온 것은 132회에 불과합니다. 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용례를 하나씩 확인하고 분류해 보았습니다.

용례 건수
나무 46
열매 38
인명 27
지명 13
작품명 5
의태어 2
기타 1
합계 132

심지어 132건 중 40건 이상이 인명과 같은 고유명사입니다. 결국 梅(매)가 단독으로 식물 실물을 가리키는 것은 나무 46건, 열매 38건으로 84건뿐이고, 그나마도 꽃은 한 건도 없습니다. 범위가 더욱 좁아졌으니 이제 시대와 장르별로 주요 문헌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나라 이전의

자연물

🌳 나무를 노래한 시인들: 《시경》

梅(매)라는 한자를 자세히 보면 왼쪽에 木(나무 목)이 들어있습니다. 즉, 기본적으로 이 한자는 봄에 매화가 피고 여름에 매실이 열리는 나무 자체를 뜻합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를 모은 《시경》에서 가 나오는 시는 총 다섯 편인데, 이 가운데 네 편이 나무를 읊고 있습니다. 한 구절씩 살펴봅시다.

종남산에 뭐가 있나, 가 있고 가 있지.1

시경·국풍·진풍》 〈종남

첫 번째 시 〈종남〉에서 언급하는 가 매실나무가 아니라 , 녹나무라는 설도 있습니다(모시정의》 권6 〈6지4〉). 매실나무든 녹나무든 이 시에서 가 종남산에서 자라는 나무를 가리키는 것은 확실합니다.

모시정의》 권7 〈7지1〉에 따르면 두 번째 시인 〈묘문〉에 나오는 역시 녹나무일 수 있습니다.

무덤 문에 가 있어, 부엉이가 모여드네.2

시경·국풍·진풍묘문

세 번째 시 〈시구〉와 네 번째 시 〈사월〉의 경우 는 매실나무로 해석됩니다.

뻐꾸기는 뽕나무에 있는데 새끼는 매실나무에 있구나.3

시경·국풍·조풍》 〈시구

산에 아름다운 나무가 있으니 바로 밤나무와 매실나무로다.4

시경·소아·소민지습》 〈사월

다섯 번째 〈표유매〉는 《시경》 전체에서 가 유일하게 열매를 가리키는 시입니다.

매실이 떨어졌네, 일곱 알이 남았네.5

시경·국풍·소남》 〈표유매

정리하자면 《시경》에서 는 나무로 네 번, 열매로 한 번 쓰였고, 매화꽃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삼백 편에 달하는 시 중 매화를 읊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뜻밖입니다.

혹시 《시경》에서 매화뿐만 아니라 꽃 자체가 희귀했던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꽃을 뜻하는 華(화)로 검색해 보면 〈도요〉의 복숭아꽃, 〈하피농의〉에 나오는 채진목[당체] 꽃, 〈유녀동거〉의 무궁화[순화], 〈산유부소〉의 연꽃, 그 외에도 〈습유장초〉, 〈황황자화〉, 〈상체〉, 〈채미〉, 〈상상자화〉, 〈백화〉, 〈초지화〉 등 여러 시에서 다양한 꽃이 등장합니다. 그런데도 매화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고대인들은 매실나무를 보고 꽃보다는 다른 것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오컬트 상징

❄️ 겨울에 열린 열매: 《춘추》 희공33년

매실나무에 매실이 열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자연현상이 역사책에 특별히 기록된 적이 있습니다. 공자가 춘추시대 나라의 역사를 편집한 《춘추》에 따르면, 희공 33년(기원전 627년) 겨울 12월 매실나무에 매실이 열렸다고 합니다. 《춘추》에 대한 주석서로 “춘추3전”이라고 알려진 《좌전》, 《곡량전》, 《공양전》에서 이 일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좌전》에서는 《춘추》의 본문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12월, […] 자두나무와 매실나무했다. 6

춘추좌전》 〈희공33

《곡량전》에서는 實(실)이라는 한자의 의미를 풀이했습니다.

자두나무와 매실나무했다. ‘실’이라고 말한 것은 말 그대로 열매가 열렸다는 것이다. 7

춘추곡량전》 〈희공33

《공양전》에서는 더 나아가서 이 일이 《춘추》에 왜 기록되었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자두나무와 매실나무했다. 왜 이것을 글로 남겼는가? 이변을 기록한 것이다. 왜 이것을 이변으로 여겼는가? 때에 어긋난 것이다. 8

춘추공양전》 〈희공33

12월에 자두와 매실이 열린 것은 단순한 해프닝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일은 500여 년이 지난 뒤 한나라 유교맨들에게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동중서를 비롯한 한나라 유교맨들은 하늘과 인간이 서로 감응한다고 주장했고, 이들은 제철이 아닐 때 열매가 열린 것이 하늘이 인간에게 보내는 이변의 신호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 관한 해석이 《한서》 〈오행지〉에서 한 문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한시대 말기의 재이 전문가 유향이 꽃과 열매의 중요성에 차등을 두었다는 것입니다.

꽃이 먼저 피고 열매가 나중에 열리는데도 꽃을 글로 남기지 않은 것은 중요한 쪽을 거론한 것이다.9

한서》 〈오행지 중지하

즉, 유향은 매실나무에 꽃이 핀 것보다 열매가 열린 것을 더 중대한 이변으로 여긴 것입니다. 이렇게 매화꽃은 제때에 피든 엉뚱한 시기에 피든 좀처럼 식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나라의

앞서 살펴본 《시경》과 《춘추》는 한나라 사람들에게도 이미 수백 년 된 고전이었습니다. 한나라 사람들이 쓴 책은 어떨까요? 가 좀 더 많이 나올까요?

한나라 문헌에서 梅(매)가 식물 실물을 가리키는 경우를 살펴보면, 진나라 이전과 비교해서 두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매실이 나무에 열려 있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점괘에서 매실나무와 매실이 상징적 소재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식품

🍒 다양한 용도의 식재료: 《예기》

매실이 한나라 이전에도 중요한 식품이기는 했습니다. 《춘추》보다도 오래된 《상서(서경)》의 〈열명하〉에서 이미 맛있는 국을 끓이려면 소금과 매실로 간을 해야 한다[若作和羹,爾惟鹽梅]고 했고, 《안자춘추》에도 비슷한 말이 나왔습니다. 고대 중국에서 매실은 식초가 보급되기 전 신맛을 내는 조미료로 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서 이런 용례는 모두 조화의 미덕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였지, 진짜로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한시대 중반에 편집된 《예기》 〈내칙〉은 이 점에서 이전 시기 문헌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내칙〉 한 편에서만 해도 라는 글자가 세 번 나오는데, 3회가 각기 다른 세 종류의 음식을 가리킵니다.

  1. 도저매저: 가공식품
  2. 복숭아[桃], 자두[李], 매실[梅] 살구[杏]: 과일
  3. 들짐승 고기에는 매실즙을 쓴다[獸用梅]: 양념

이 덕분에 우리는 한나라 사람들이 매실을 어떻게 섭취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황실의 과일: 《서경잡기》

더 나아가서 황제는 매실을 품종별로 골라 먹는 사치까지 누릴 수 있었습니다. 《서경잡기》에서는 황제의 동산 상림원에 심은 갖가지 과일나무의 목록을 소개했는데, 그중에서 7종이 매실나무였습니다.

  • 매실나무 일곱: 주매, 자엽매, 자화매, 동심매, 여지매, 연매, 후매.

《서경잡기》에 따르면 여기 열거된 매실 중 동심매는 성제의 후궁 조합덕이 언니 조비연의 황후 책봉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는 예물이기도 했습니다. 매실나무를 잎 색깔(자엽매), 꽃 색깔(자화매), 가지 모양(동심매, 여지매) 등으로 구별한 것을 보면 황제는 매실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나무를 감상하는 것도 즐겼나 봅니다.

💊 약재: 《상한론》, 《금궤요략》

한편 한나라 사람들은 매실을 약으로도 활용했습니다. 후한시대 의학서인 《상한론》과 《금궤요략》에는 환자가 회충으로 인해 회궐이라는 병에 걸린 경우 오매를 복용하라는 처방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오매’는 ‘검은 매실’이라는 뜻으로, 매실을 연기에 쬐어 말린 약재입니다. 이렇게 한나라 서적에서 매실은 식품, 사치품, 의약품 등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납니다.

오컬트

🔮 시적인 점괘: 《초씨역림》

매실 먹기를 좋아한 한나라 사람들은 점을 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고대 중국의 점술서로는 《주역(역경)》이 유명한데, 《주역》에서 사용하는 점술 기호는 아래 표와 같이 8개의 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기인 태극기에도 일부가 나옵니다.

이진수 괘상 명칭 상징
7=111 하늘
6=110
5=101
4=100 번개
3=011 바람
2=010
1=001
0=000

8괘 두 개를 위아래로 조합하면 64괘가 됩니다(8×8=64). 그리고 이 64괘의 앞뒤 변화를 통해 모두 4096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64×64=4096). 전한시대 중반의 유학자 초연수는 《초씨역림》이라는 책에서 주역점으로 나올 수 있는 4096가지 결과를 일일이 설명했습니다. 이때 먼저 시적인 비유를 사용한 뒤 의미를 풀이하는 것이 《초씨역림》의 패턴입니다. 바로 이 패턴에서 梅(매)가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매실나무와 오얏나무가 겨울에 열매를 맺는도다. 나라에 도적이 많다. [梅李冬實,國多寇賊。]
  2. 매실나무가 뒤엉켜 가지가 꺾이는도다. 어머니와 이별하고 소식이 끊어져 알 길이 없다. [蟠梅折枝,與母別離,絕不相知。]
  3. 매실이 우박에 맞아 꼭지까지 떨어지는도다. 마음이 뒤숭숭하고 정신이 어지럽다. [雹梅零蔕,心思憒憒,亂我靈氣。]

매실나무나 매실이 들어간 점괘는 왠지 모르게 모두 부정적입니다. 한나라 사람들은 매실나무 가지가 꺾이고 매실 열매가 떨어지는 것을 매우 안타까운 일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

결론과 광고

지금까지 한나라 및 이전의 문헌에서 梅(매)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고유명사와 의태어를 제외하고 식물 자체를 가리키는 용례를 살펴보았을 때, 나무와 열매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꽃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현대인인 우리는 매화를 “동양풍”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로 여기지만, 적어도 한나라에서 책을 읽고 쓰는 사람들은 매화에 관해 기록할 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에서 매화는 도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문화인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요? 힌트는 나라와 남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번 포스트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양력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지금, 매화가 피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비록 고대 중국인들은 매화에 관심이 덜했지만, 중세 이후의 중국에서, 또 한국에서 매화를 어떻게 즐겼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가 “매화사보: 소매 끝에서 풍기는 매화의 냉향”이라는 텀블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6년 2월 28일 현재 공개신청 중에 있으니 아래 링크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보세요!

🌼 텀블벅 프로젝트 링크: https://tumblbug.com/four-treasures-of-plum


원문

  1. 終南何有、有條有梅。 

  2. 墓門有梅、有鴞萃止。 

  3. 鳲鳩在桑、其子在梅。 

  4. 山有嘉卉、侯栗侯梅。 

  5. 摽有梅、其實七兮。 

  6. 十有二月,[…]李梅實。 

  7. 李梅實。實之為言,猶實也。 

  8. 隕霜不殺草,李、梅實。何以書?記異也。何異爾?不時也。 

  9. 先華而後實,不書華,舉重者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