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달걀 먹기의 어려움

달걀 먹기의 어려움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여포가 백문루에 올라가서 하비성을 포위한 군사들에게 외쳤다.

“경들은 힘 빼지 마라! 내가 명공明公한테 가서 자수하겠다!”1

진궁이 헐레벌떡 여포를 뒤쫓아와서 말렸다.

“역적 조조가 무슨 ‘명공’씩이나 됩니까? 지금 항복하는 건 계란을 바위에 던지는 거나 마찬가지예요!”2

이 촌극을 전해 들은 조조는 길길이 뛰었다.

“거의 항복시킬 수 있었는데! 그 썩을 놈은 자기가 반란을 일으켜 놓고 누가 누구한테 역적이란 거야?”

옆에 있던 곽가는 주인이 책상을 치며 성을 내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낙서를 계속했다. 조조는 한참을 더 씩씩거리다가 마침내 인간의 언어를 되찾았다.

“그나저나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하니까 달걀 먹고 싶네.”

곽가는 이 뜬금없는 말에도 놀라지 않았다.

“계란은 새해 첫날에 드시면 되잖아요.”3

“새해에만 계란 먹으란 법 있어? 먹고 싶을 때 먹는 거지.”

그래서 그날 점심상에는 삶은 달걀이 올라왔다.

조조는 의기양양하게 젓가락으로 달걀을 겨누어 찔렀다. 빗나갔다. 다시 찔렀지만 또 빗나갔다. 짜증이 날수록 조준이 잘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미끄러진 달걀은 접시에서 붕 떠올라 마룻바닥을 굴렀다. 마루에서 떨어진 달걀은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내려가며 멈출 줄을 몰랐다. 조조는 밥상을 내팽개치고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달걀을 신발 뒷굽으로 밟아서 으깨려고 했으나 달걀은 발밑을 쑥 빠져나갈 뿐이었다. 조조는 손으로 달걀을 주워서 기어이 입에 넣고 꽉 깨물어 부순 뒤 뱉어냈다.4

“그러니까 계란은 새해 첫날에 드시라니까요.”

곽가가 키득거렸다.

“알잖아. 고는 그때까지 못 기다려.”

“계란이 스스로 깨지러 올 가망은 없는 것 같은데요?”

“뭐 좋은 수가 없나? 경이 군사 좨주祭酒면서.”

“좁은 상자 안에서 계란끼리 부딪치다 보면 알아서 깨지게 돼 있어요.”

하지만 조조는 욕심이 많았다.

“계란을 안 깨뜨리고 손에 넣을 방법은 없을까?”

“상자에 진한 소금물을 부으면 계란이 떠오를 겁니다.”

조조도 곽가도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순유가 작정하고 기척을 감추고 들어오면 아무도 알아챌 길이 없었다.


  1. 여포가 진짜로 한 말입니다. (헌제춘추) 

  2. 진궁이 진짜로 한 말입니다. (헌제춘추) 

  3. 《풍속통의》 일문에 따르면 후한 때는 정월 초하루에 날계란을 하나씩 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4. 조조의 일화는 아니지만 《세설신어》 〈분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위진 사람들은 성격 파탄자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