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역사/시대 고증은 창작에 필요한 상상력을 방해하는가?

역사/시대 고증은 창작에 필요한 상상력을 방해하는가?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아(雅)는 조조가 향을 싫어해서 금지했다는 《태평어람》의 기록을 몹시 좋아합니다. 그 까닭은 조조가 향을 좋아했다고 상상하기가 아주 쉽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삼국지 이야기에서 조조는 대체로 술과 노래 등 자기 감각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였을 것 같은 캐릭터로 여겨지는 만큼, 후각을 만족시키는 향도 즐겼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조조는 순욱과 함께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그를 각별히 신뢰했고 순욱은 《양양기》에 나오는 향의 일화로 유명합니다. 그러니 조조가 순욱의 영향을 받아서라도 향을 좋아했으리라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아(雅)가 좋아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조조가 향을 싫어했다는 기록이 상상을 잠시 멈추게 해 준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조조가 향을 좋아한다고 설정하는 것이 “고증오류”이므로 폐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자기가 상상한 바를 그렇게 쉽게 철회해 버려서는 “가오”가 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어쨌든 조조가 순욱의 향을 맡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고증 따위를 무시하겠다는 결론으로 달려갈 필요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고증을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모순된 두 내용 사이에서 말이 되는 설명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더 큰 재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조조가 그냥 순욱의 향을 좋아했다는 것보다는 원래 향을 싫어했지만 순욱을 위해 좋아하는 척했다든가, 아니면 원래 향을 좋아했지만 순욱과 틀어진 후 싫어하게 되었다든가 하는 쪽이 훨씬 맛있지 않습니까?

상상력은 한 방향으로 쭉 뻗어나갈 수도 있지만, 처음에 자라던 방향을 일부러라도 막아서 구불구불 우회할 기회를 주면 더 재미있는 모양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후자를 위한 제약이 꼭 역사/시대 고증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의 상상력에 대한 제약을 스스로 애써 만들어내기는 귀찮으니까 기존 자료를 활용하면 편리합니다. 또 기존 자료로 입증된 제약은 억지스럽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제약을 위한 제약이 될 위험이 낮습니다.

즉, 문헌·문물 자료를 참고하는 고증이라는 활동을 통해 창작자는 상상에 적절한 제동을 걸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자극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자신의 상상력에만 의존한다면 도리어 관성에 빠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고증오류”를 피하는 데 급급하여 이야기를 진행하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해로운 결과입니다. 아(雅)가 생각하는 역사/시대 고증의 가장 큰 기능은, 상상력에 약간의 흠집을 냄으로써 결과적으로 더욱 왕성하게 자라게 만드는 것입니다. 세계관을 이루는 법칙과 시대를 재현하는 모형을 제공하는 것은 차라리 부차적인 효과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