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외전. 천구(天灸)

외전. 천구(天灸)

혹은 동상이몽. 어느 가을 8월 14일.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팔월 십사일 민간에서 모두 주묵(朱墨)으로 어린아이 이마에 점을 찍어 천구(天灸)라 부르며 역질을 막는다. 종름, 《형초세시기》, 상기숙 옮김(지만지).

차갑고 축축한 감촉에 놀라서 눈을 뜬 진궁의 시선이 잠시 갈피를 못 잡다가 곧 조조의 오른손을 향했다. 새끼손가락 끝에 붉은 먹이 묻어 있었다.

”그걸 내 이마에 바른 거예요?”

”응.”

진궁은 천천히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중얼거렸다.

“이제 와서 새로 이럴 필요는 없잖아요.1

조조는 허리에 찬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가락을 닦으면서 말했다.

”공대는 착한 아이가 아니라서 안심이 안 돼.”

진궁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었다. 붉은 점을 찍은 이마 전체가 빨개졌다. 왜 얼굴이 달아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마에 묻힌 먹을 닦아 내겠다고 바둥거릴 기색은 아니었다.

조조는 두 손으로 진궁의 양 뺨을 감싸고 천천히 들어올렸다. 진궁은 조조의 시선을 피해 눈을 내리깔았다.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

”아뇨.”

조조는 손 끝으로 진궁의 턱수염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2

”아무렴 어때, 그래봤자 내 손 안인데.”


  1. 진궁은 조조가 자기에게 경형(黥刑)을 가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경형은 얼굴에 문신을 하는 형벌로 참좌지와 더불어 육형에 속합니다. 

  2. 《삼국지·위서》 〈장로전〉 주석 《위략》:

    • 유웅명이라는 인물이 조조에게 처음 찾아왔을 때
      • 조조: (유웅명의 손을 잡고) 고(孤)가 관문에 들어왔을 때 신령한 인물을 얻는 꿈을 꾸었는데 바로 경(卿)이었구려!
    • 그리고 나중에 유웅명이 배반했다가 다시 항복했을 때
      • 조조: (유웅명의 턱수염을 쥐고) 늙은 도둑놈, 이번에는 진짜로 너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