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2-5. 허리를 조심하세요

2-5. 허리를 조심하세요

건안8년 겨울 10월, 허도에서.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조조는 마당까지 나온 진궁의 마중을 받으면서도 썩 기쁘지 않았다. 긴 옷자락이 지팡이에 걸려서 못 입겠다더니 잘도 입고 나왔다. 오른손으로 옷자락을 그러쥐고 왼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닷새 내내 저렇게 걷기를 연습한 모양이었다.

진궁은 조조가 앞서가기를 기다려서 그를 뒤따라 당으로 올라갔다. 조조는 방에 들어가 앉자마자 신경질을 냈다.

“고 앞에서는 좀 앉아 있으라니까.”

뜻밖에 진궁은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하게 듣고만 있었다. 조조는 말투를 좀 누그러뜨리고 물었다.

“‘벌’은 어땠어?”

진궁은 겸연쩍은 듯이 말했다.

“상아 젓가락1 이야기가 틀린 게 아닌 게, 옷이 화려해지니까 다른 아이템도 맞추고 싶어지더라고요.”

진궁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라서 흥미가 갔다. 진궁은 조조에게 바싹 다가앉으면서 물었다.

“공이 찬 패옥 좀 봐도 돼요?”

“그러든지.”

조조는 기꺼이 허리를 들어 주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진궁이 손에 쥔 것은 패옥이 아닌 칼자루였다.2 조조가 재빨리 그의 팔목을 잡았지만, 조조의 손은 몸집만큼이나 작았고 진궁의 왼쪽 팔뚝은 너무 굵었다. 그가 칼을 뽑는 것을 두 손으로 눌러 간신히 막는 것이 고작이었다.

진궁은 몹시 즐거워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공이 이렇게 뻔한 속임수에 넘어갈 줄은 몰랐는데요. 걷지도 못하면서 패옥을 왜 차겠어요?3

“경이 감히 고를 속여?”

“공도 늙었나 봐요.”

아직 쉰 살도 되지 않았는데4 늙었다는 말을 듣기는 억울했다.

“내 칼을 뽑아서 뭘 할 건데?”

“공이 내가 걷는 걸 보기 싫다고 하시니까 오른발도 잘라 버리려고요.”

조조는 기겁했다.

“시집간 딸을 생각해.”

진궁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나하고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손자는 봐야 하지 않겠어?”

“내가 공 앞에서 걷든 말든 내버려 두겠다고 말해 주세요.”

조조는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거짓말을 하는 데 양심의 가책이 없었다.

“알았어.”

진궁은 즉시 칼자루를 놓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는 문득 생각난 듯 생글거리며 물었다.

“무기를 들고 주인을 위협한 죄가 큰데5 목을 베어 주시면 안 돼요?”

“안 돼.”

“쳇.”

조조는 엄하게 말했다.

“그런 말 다시 하지 마.”

“알았어요.”

진궁도 양심의 가책은 없어 보였다.

❊✬✬

다시 닷새 뒤, 조조는 진궁을 찾아가기 전에 먼저 시자들을 시켜 그의 손을 뒤로 묶고6 과자를 차려 놓게 했다. 조조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진궁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까 발 잘린 포로가 칼을 드는 게 무섭긴 한 모양이네요.”

조조는 대꾸하지 않고 따끈한 거여粔籹7를 진궁의 입에 갖다대었다. 진궁은 어쩔 수 없이 한입 베어 물고 씹어 삼켰다. 조조는 기어이 한 개를 다 먹이고는 허리에 찬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8 진궁의 입술에 묻은 기름을 닦아 주었다. 입이 자유로워지자마자 진궁이 물었다.

“그냥 공이 이런 플레이를 해 보고 싶었던 거였죠?”

“경이 자초한 거지.”

“또 무슨 짓을 하고 싶어요?”

조조는 벼르던 대답을 했다.

“바둑 두자.”

진궁은 인상을 썼다.

“공이 바둑을 좋아하는 건 아는데…… 갑자기 왜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하다가요?”

“그동안은 공대 손에 바둑알을 쥐여 주면 실수로 입에 넣고 삼킬까 봐 못 했지.”

이번에도 조조는 진심이었다.

“바둑알을 손으로 안 만지고 어떻게 두라고요?”

“돌을 놓을 자리를 말하면 고가 둘게.”

진궁은 입술을 한 번 깨물고 조조에게 물었다.

“이기면 상이 있어야죠?”

“경이 이길 수 있다면야.”

조조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가 진궁을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것으로 바둑만 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진궁이 의욕에 찬 모습은 보기에 귀여웠다.


  1. 《한비자》. 상아 젓가락을 쓰면 그릇도 화려한 것을 쓰게 되고 화려한 그릇을 쓰면 음식도 진귀한 것을 담게 되고… 

  2. 《후한서》 〈여복지〉. 한나라에서 관리들은 누구나 검을 차고 다녔습니다. 

  3. 패옥의 효과는 걸으면서 소리를 내는 데 있지요. 

  4. 조조는 현재 마흔아홉 살이고 진궁은 마흔두 살입니다. 

  5. 《춘추좌씨전》에서 육권鬻拳이 이렇게 말하고 자기의 발을 자릅니다. 

  6. 《한서팸플릿》 3. 〈감금과 포박〉. 반접反接이라는 포박 방식입니다. 

  7. 《한서팸플릿》 6. 〈사람들이 일은 게을리 하면서도 먹는 것은 반드시 때에 맞추어 먹습니다〉. 거여粔籹: 후한 사람들은 쌀가루를 꿀에 반죽하여 기름에 지져 만드는 고리 모양의 떡이라고 보았습니다. 쌀로 만든 도넛입니다. 🍩 

  8. 《삼국지·위서》 〈무제기〉 주석 《조만전》. “몸에는 작은 가죽 주머니를 차고 수건과 잡다한 물건을 잔뜩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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