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귀신을 쫓아내는 방법
건안9년 가을 9월, 업에서.
진궁이 지내는 곳에서 모든 문은 바깥에서만 잠글 수 있게 만들어졌다. 조조가 들어와 있는 동안에는 대문 바깥의 빗장이 풀려 있었다.
원래부터 조조의 세력하에 있던 허도와 관도에서는 발이 잘린 후 산 채로 조조에게 능욕당하는 옛 반역자의 존재를 다들 알면서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 아무도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조조가 방문할 때는 밖에서 지키는 사람을 물려도 되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원씨의 통치를 받다가 이번에 새로 점령된 업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관서 근처에 갑자기 세워진 높은 담장의 정체가 낯설었고 곧 많은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조조의 접근 금지 명령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막지는 못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은 ‘그 집’에 오늘따라 경비병이 없고 대문의 빗장이 풀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행랑채 없이 바로 나타난 마당에는 포석만 깔려 있고 나무 한 그루도 심겨 있지 않았다. 이 정도 크기의 주택을 장식하고 있을 만한 연못이나 화단도 없었다. 마당을 오가는 하인도 가축도 없어서 빈집 같았다.
아이들은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느끼며 집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오다가, 지팡이를 짚고 계단을 내려오는 진궁을 보고는 놀라서 줄행랑을 쳤다. 낮에도 햇빛이 잘 들지 않아 그늘진 곳에서 머리를 풀어 내리고 창백한 얼굴로 나타났으니 귀신처럼 보일 만도 했다.
아이들 중 한 명만은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왔다. 계단을 다 내려온 진궁은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아이와 눈을 맞추었다. 다행히 조조는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에 가고 없었다.
“용감한 여랑女郞1,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이는 진궁의 부드러운 말투에 용기를 얻은 듯 물었다.
“아저씬 사람이야, 귀신이야?”
진궁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사람 취급을 받고 있진 않네요.”
아이는 놀라서 물었다.
“그럼 귀신인 거야?”
“그러니까 어서 도망치……”
진궁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아이가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기 때문이다.
진궁은 웃으면서 말했다.
“월궤刖跪2는 사람도 아니지만 귀신도 아니라서, 이런 거로는 안 돼요.”
“월궤?”
“무슨 말인지는 어른들한테 물어보세요. 나가면서 문은 잘 닫고요.”
아이는 갑자기 겁먹은 표정을 하고 도망쳤다. 조조가 당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이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진궁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조조가 호통을 쳤다.
“누가 마음대로 나가서 사람을 만나래?”
진궁은 순순히 사과했다.
“잘못했어요.”
그리고 무릎을 꿇고 부탁했다.
“애들은 벌하지 마세요.”
조조는 아까 본 광경을 떠올리고 화가 났다.
“경卿의 얼굴에 침을 뱉었어?”
진궁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귀신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사람이 뱉는 침이라고들 하잖아요.”3
조조는 더욱 소리를 높였다.
“고孤도 경卿의 얼굴에 침을 뱉은 적은 없단 말이야!”
“여태 그걸 못 해서 억울하신 거라면 지금이라도 하시든가요.”
진궁은 조조가 내미는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고는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입성하신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공公이 희롱하는 포로 얼굴 좀 봤다고 어린아이를 죽이면 여기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조조는 역정을 냈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고孤한테 조언을 해?”
“공公이 말하는 사람의 지위를 안 따지고 옳은 말을 받아들인다면 패왕의 업을 이룰 수 있겠죠.”
“전에도 패왕의 업이란 말로 고孤를 낚은 뒤에 배신했잖아.”
“궁宮을 살려 두실 거라면 그건 잊어 주세요.”
진궁은 느닷없이 조조를 끌어안고 말했다.
“이제는 그럴 수 있는 몸도 아니잖아요, 네?”
조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화를 더 낼 수도 없었다. 이렇게 넘어가 주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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