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개정 3-1. 물과 물고기와 선물

개정 3-1. 물과 물고기와 선물

건안10년 봄 정월, 업에서.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거기 지팡이 좀 줘 봐.”

여느 때라면 손에서 지팡이를 놓기 싫어하고 이유를 캐물었을 진궁이 웬일로 오늘은 말대답 없이 순순히 내놓았다. 조조는 주머니에서 장식품을 꺼내 지팡이 손잡이에 끼웠다. 동으로 만든 물고기 조각이었다.1

청동 물고기

“선물이야.”

진궁은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

“오늘 무슨 날이에요?”

“그냥, 기분 좀 풀라고.”

조조가 보기에 진궁은 지난번에 몰래 들어온 아이들에게 봉변을 당한 뒤로, 좀 심하게 말하자면 넋이 나간 것 같았다. 허도許都에서처럼 업현鄴縣에 새로 지은 사공부에 별채를 내어 옮겼지만 여전히 우울해 보였다.

“잘 만들었네요. 귀엽고요.”

다행히 선물은 효과가 있었다. 진궁은 장난감을 받은 아이처럼 물고기 장식을 뜯어보았다.

“이거 받고 얌전하게 있으란 뜻이죠? 물고기는 물에서 살고, 물속에서는 소리가 안 나니까.2

이렇게 말하면서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리는 시늉까지 했다. 조조는 마냥 흐뭇했다.

“그런데 하수河水를 낀 동네 사람들한텐 이야기가 달라요. 세상에 물처럼 사납고 시끄러운 게 또 없죠.”

“하수河水는 철렁철렁, 물결이 첨벙첨벙.” [河湯湯兮激潺湲]

교양이 하수河水처럼 흘러 넘치는 조조는 《사기》 〈하거서〉에 수록된 노래3를 재빨리 떠올려 내고 읊었다. 진궁의 고향인 동군東郡에서 삼백여 년 전 제방이 크게 터졌을 당시 황제였던 무제武帝가 공사를 독려하면서 지은 가사였다.

진궁은 마른기침을 몇 번 하더니 금방 고향과 홍수를 떨쳐내고 평온한 얼굴로 돌아왔다.

“연주兗州에선 잉어를 말이라고 불러요. 빨간 놈은 절따말, 파란 놈은 청마…4 다들 어찌나 팔딱팔딱 잘 뛰어다니는지.”

조조도 기억이 났다. 한때 가장 신뢰하던 친구 장막도 연주 사람이었고 곧잘 그렇게 말했다. 장막을 생각하자 기분을 잡쳤다. 진궁에게 물고기 선물을 준 것이 후회되었다.

진궁은 조조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지팡이를 살살 흔들면서 말했다.

“안 되겠어요. 내가 지팡이를 실수로 휘두르다가 공이 여기 금속에 맞아서 다칠 수도 있잖아요?”

진궁이 지팡이에서 물고기 장식을 곱게 빼어서 건네자 조조는 진궁의 마음이 바뀔세라 얼른 받아서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다른 갖고 싶은 건 없어?”

“잉어찜 먹고 싶어요.”

조조는 안심했다. 선물은 역시 뱃속에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 최고였다.


  • 초판 《자살하기에는 너무 늦어 버려서》에서 개정판 《월궤》로 가면서 3부의 내용이 변경됩니다.
  1. 사실 중원이 아닌 중국 서남부 전(滇) 지역에서 나온 유물이지만, 후한 말에는 중원에도 퍼졌으리라고 추측했습니다. 

  2. 《풍속통의》 일문. 군신들이 조용히 지내고 싶으면 물고기 모양의 패부를 달았는데, 물고기가 물에 들어가면 더 이상 듣거나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태평어람). 

  3. 《사기》 〈하거서〉는 치수 공사에 관한 기록입니다. 한 무제는 자기가 봉선을 지내러 간 김에 황하의 범람을 알았다고 뽐내지만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한 무제 유철이나 위 무제 조조나 인간 재앙이에요. 

  4. 《고금주》에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