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한서》 〈유림전〉에서 〈왕식전〉을 보세요
진궁은 조조가 뇌까린 말을 못 들은 듯했다. 조조는 소리를 조금 높여 다시 말했다.
“마음에 안 들어…”
“네?”
“마음에 안 든다…”
진궁은 반성하는 기색이 없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공公의 마음에 안 든다니까 잘된 일이네요.”
“마음에 안 든다고…”
“그럼 이참에 좀… 아야.”
조조는 진궁의 머리카락을 한 꼬집 집고 당겼다.
“이 머리카락 말이야…”
진궁은 머리를 잡힌 채 되물었다.
“내 머리는 몇 년째 이 모양인데 뭐가 문제예요?”
조조는 머리카락을 잡은 손을 흔들었다.
“바로 그게 문제지. 고孤는 애초에 이런 꼴을 허락한 적이 없어.”
진궁은 말꼬리를 잡았다.
“애초에 금지한 적도 없잖아요.”
하지만 조조는 좋게 타일렀다.
“멀쩡한 사람이면 알아서 멀쩡한 모습을 해야지.”
진궁은 혀를 찼다.
“내가 멀쩡한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멀쩡하게 꾸미겠어요?”
조조는 도저히 ‘멀쩡한 사람 맞잖아!’라고 말하지 못했다. 대신 소리를 높였다.
“머리라도 좀 멀쩡하게 해 봐!“
진궁은 움츠러들기는커녕 건방지게 조조에게 눈을 흘겼다.
“정말이에요? 공公은 진짜로 내가 머리 묶고 관 쓴 걸 보고 싶어요?”
조조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당연하지!”
진궁은 자기 머리카락을 만지는 조조의 손가락을 잡고 조조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못 믿겠는데요.”
조조는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고孤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진궁은 조조의 손가락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러면 삼량관 주셔야 돼요.”
조조는 손가락이 아팠지만 진궁을 공연히 자극하지 않기 위해 관대하게 참았다.
“알았어.”
며칠 뒤.
진궁은 조조가 미리 보낸 일량짜리 진현관을 쓰고 나와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늘 걷어붙이고 있던 소매도 얌전히 손목을 덮고 있었다.
“왜 나와 있어?“
진궁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먼저 올라가십시오.“
조조는 뭔가 찜찜한 기분을 억누르며 계단을 앞서 올라갔다. 진궁이 뒤따라 올라갔다. 지팡이로 바닥을 쿵쿵 찧던 여느 때와 달리 지팡이 소리를 안 내려고 애쓰는 것이 느껴졌다.
조조는 의아하고 불편했다.
‘왜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지?’
진궁은 급기야 조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손수 방석을 펼쳤다. 동작은 느렸지만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먼저 자리에 앉으십시오.“
조조는 숨이 막혔다. 진궁은 다시 조심스럽게 지팡이를 짚고 일어났다. 수 년 전 젊은 진궁이 이렇게 예의를 차릴 때는 귀여웠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진궁이 신하 흉내를 내는 것은 왠지 모르게 견딜 수 없었다. 조조는 이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 그냥 원래대로 하자.“
“궁宮도 감히 앉겠습니다.”
“불편하잖아. 머리 풀고 편하게 앉아도 괜찮아.”
진궁은 반응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조조는 자기 입으로 명령했다.
“관 벗으라고.“
진궁은 그제서야 고개를 쳐들고 조조를 내려다보았다.
”거짓말쟁이.“
다시 며칠 뒤.
조조가 찾아갔을 때 진궁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드러누워 있었다.
“공公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조조는 안심했다.
“공대가 나쁜 아이니까 그렇지.”
“나쁜 아이 할 테니까 맛있는 거 먹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