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외전. Z의 역설

외전. Z의 역설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정월 첫째 날 새벽부터 등을 밝히고 종을 울리면서 힘차게 새해를 시작한 조조는 뭔가 허전했다.

신년을 맞이하면서 빠뜨린 것이 없는지 다시 한번 손가락을 꼽아 가며 점검했다. 하나, 오장을 튼튼하게 해 주는 오신반도 먹었고, 둘, 전염병을 막기 위해 날계란 한 알도 삼켰고, 셋, 악귀가 못 들어오도록 복숭아나무 목판에 신도와 울루를 그려서 문에 거는 것도 큰애들에게 시켰고, 넷, 산조1를 쫓아내기 위해 마당에서 폭죽에 불을 붙이는 것은 작은애들이 더 신났고…

엄지부터 하나씩 접으면서 검지, 중지, 약지까지 네 가지를 세고 산조를 쫓아내는 데까지 이르자 새끼손가락이 남았다. 새끼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한참 긁적거린 끝에야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어떻게 공대를 까먹을 수 있지? 설마 가 늙었나?!”

진궁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보다 늙는 것이 더 큰 일이었다. 조조는 화초로 담근 초주를 준비하라고 시자에게 명령했다.

❊✬✬

조조는 술통에 든 국자를 꺼내 진궁의 손에 쥐여 주었다.

“새해고 이 아기니까 먼저 마셔.”

진궁은 국자로 술을 퍼서 잔에 담았다.

“어서 마시라니까.”

조조의 재촉을 받은 진궁은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조조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이제 같은 잔으로 고한테도 따라 줘.”

진궁은 새로 한 잔을 채우자마자 자기 입으로 가져가고는 순식간에 빈 잔을 내려놓았다.

“이제 고가 마실 차례…”

그리고 진궁은 한 잔을 더 비웠다.

”설마 혼자 다 마실 거야?”

진궁은 정말로 한 통을 다 마셔 버렸다. 조조는 그사이에 붉은 기가 돌기 시작한 진궁의 얼굴을 보고 기가 막혀서 물었다.

“술도 약하면서 초주는 왜 자꾸 마시는 건데?”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늙어서요.”

“뭐라고?”

“내가 아까보다 연장자가 됐으니까 내가 이어서 마셔야죠.”

“그럼 고는 뭘 마시란 말이야?”

“평소에 술 많이 드시잖아요?”

조조는 분통이 터졌다.

“새해엔 특별히 어린이한테 먼저 술을 먹이는 이유가 뭔데? 어린이의 기운을 술잔에 담아서 어르신한테 전해야지!”

진궁은 지지 않고 조조를 노려보았다.

“그러니깐 공은 지금 내 기운을 빨아먹으러 온 거예요?”

조조는 정곡을 찔렸지만 순순히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왠지 억울했다.

“나한테 그럴 기운이 있었다면 벌써…”

“벌써 뭐?”

진궁은 새빨개진 얼굴로 국자에 남은 술을 핥아 먹고 조조를 밀쳐내며 말했다.

“됐으니까 공은 가서 지게미나 드세요.”


참고 문헌

  • 종름 지음. 상기숙 옮김. (2015). 《형초세시기》. 지식을만드는지식.
  • 시노다 오사무 지음. 윤서석 외 옮김. (1995). 《중국음식문화사》. 민음사.

주석

  1. 산조는 인간처럼 생겼고 발이 하나 달린 요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