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은그릇과 콩잎장아찌
《전삼국문》의 조조 파트를 읽다가 어이가 없어져서…
진궁은 자기 앞에 놓인 밥그릇 바깥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밥알을 씹기만 했다. 조조가 보기에 오늘 진궁은 왠지 말을 많이 할 기분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자기가 거기 맞추어서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있잖아, 고孤가 구리 그릇으로 밥 먹는 거 본 적 있어?”
진궁은 약간 뜸을 들였지만, 조조의 뜬금없는 물음에 당황한 탓은 아닌 듯했다. 서두르지 않고 입안의 음식을 삼킨 뒤에 억양 없이 대답했다.
“공公이 쓰시는 그릇 재질은 자세히 안 봐서 모르겠는데요.”
조조는 뾰로통해졌다.
“주인을 모시고 살면 관심 좀 가져.”
다행히 진궁은 이해가 빨랐다.
“알았어요. 구리 그릇이 왜요?”
“원래 고孤는 금속 알러지가 있어서 구리 그릇으로 밥을 못 먹거든.1”
“그렇군요……”
“그래서 은그릇을 쓴 지 오래됐는데 요즘 그걸로 구시렁거리는 새끼들이 나오는 거야.”
”저런……”
조조는 탁 소리 나게 밥상을 두드렸다.
“고孤가, 조操는 외투 한 벌로 십 년을 버티는 사람이란 말이야.2 그런데, 남의 사정도 모르는 것들이 고작 밥 먹는 데 은그릇 쓰는 걸 가지고 사치니 뭐니 하면서……”
진궁은 조조가 입을 다문 것을 확인한 뒤에 물었다.
”그래서 오늘 나무 그릇으로 바꾸신 거예요?”
조조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그럼.”
“그런데 여기 옻칠3 되어 있잖아요?”
조조는 더욱 자랑스럽게 말했다.
“당연하지. 나무 그릇에 옻칠 안 하면 음식 냄새 배잖아.”
진궁은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콩잎장아찌4를 덜었다. 빨간 반찬 그릇 바닥에 검은색으로 적힌 “군행식君幸食” 세 글자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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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집》에 실린 조조 자신의 주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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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조조집》에 실린 조조 자신의 주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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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때 칠기 가격은 고급 관리의 봉급과 맞먹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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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아주와 콩잎은 가난한 살림의 상징입니다. 조조가 스스로 검소하다고 선전하기 위해 최근 상에 자주 올린다는 설정입니다. 참고로 조조는 서역의 보석으로 만든 그릇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