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이야기를 합니다.

외전 1-2-1. 평화로운 사람의 날

외전 1-2-1. 평화로운 사람의 날

건안5년 정월 7일 경신일, 관도에서.

주아
주아 《한서》 파는 사람

조조는 각반도 안 풀고 쿵쾅거리며 마루로 올라왔다. 초봄에 어울리지 않는 쉰 땀 냄새가 풍겼지만 진궁은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오셨네요.”

마루 바깥으로 잠시 눈을 돌렸다가 조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직 일중日中1도 안 됐어요.”

일찍 왔다고 불평하는 기색은 아닌 것 같아서 조조는 부드럽게 대꾸했다.

“평단平旦2에 등산3을 갔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여기선 밖이 안 보여서 몰랐는데 근처에 높은 산이 있었나 봐요.4 아침부터 힘드셨겠어요.”

조조가 올라갔던 곳은 산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낮은 언덕이었지만 조조는 실토하지 않았다.

“피곤하진 않은데 배가 고프네. 식시食時5니까 경도 배고프지?”

조조는 진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시자를 재촉했다. 조조가 정한 점심 메뉴는 ‘산’에서 막 캐어 온 나물을 가득 넣은 국이었다. 산에 올라갔다가 칠종갱七種羹6을 먹는 전형적인 정월 7일 ‘사람의 날’[人日]7이다.

“명공明公.”

진궁이 ‘공’ 앞에 ‘명’을 붙이자 조조의 얼굴이 밝아졌다.

“응?”

“나한텐 바깥 명절 안 챙겨 주셔도 돼요.”

“왜?”

“그런 걸 받을 자격이 없으니까요.”

조조는 지난 복날에 당한 봉변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진궁의 등을 쓰다듬었다.

“반란 일으켰던 것 가지고 너무 자책하지 마. 어떻게든 돌아왔잖아.”

“……”

“평화로운 세상은 고가 만들어 줄 테니까, 공대는 이 안에서 편하게 쉬기만 해.”

말을 끝내자마자 순간적으로 위험한 기색을 느낀 조조는 진궁의 등에서 손을 떼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 앉았다.

“허도에 처음 온 게 딱 1년 전인데요, 그때도 사람의 날이었을 거예요.8 사람들이 비단으로 인형을 만들어서 가게 정문에 붙이고 있던 게 기억나네요. 평화로워 보였어요.”

진궁은 당시에 시장에 걸려 있던 여포와 고순의 목을 보지 못한 사람이 된 것처럼 평온하게 말했다. 곧 밥상이 들어왔다.


  1. 일중日中은 정오를 뜻합니다. 

  2. 평단平旦은 오전 6시입니다. 후한 말에는 기존의 16시간제와 자시, 축시 등 12지 시간제를 혼용했던 것 같습니다. 

  3. 《형초세시기》를 보니까 정월에 산에 올라가는 풍습은 위진 이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정월 7일로 날짜가 굳어진 것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4. 지도를 찾아보았는데 관도 주변에는 산이 없었습니다. 

  5. 식시食時는 오전 10시 반입니다. 

  6. 마찬가지로 《형초세시기》를 참조했습니다. 

  7. 정월 1일은 닭의 날, 정월 7일은 사람의 날입니다. 

  8. 진궁이 포로가 된 것은 12월 24일인데, 하비에서 허도까지 천천히 오면 1월 7월쯤이 되리라고 가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