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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만다린 진저 티

— 화이트 크리스마스

진궁은 마루에 나와 화로 옆에 앉아 있었다. 마당에 눈이 쌓이는 동안 그의 눈은 줄곧 외진 구석을 향했다. ❡ 그의 의지로 열릴 일이 없는 대문 쪽으로는 아예 시선을 돌리지 않는 것이 진궁의 버릇이었다. ❡ “공대, 오늘이 며칠이지?” ❡ “음… 12월 24일…” ❡ 무심코 대답하던 진궁은 뒤늦게 비명을 질렀다. ❡ “너… 군이 대체 무슨 일로 오셨어요?” ❡ 순욱은 진궁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실내로 들어와서는 시자가 준비한 방석에 앉았다. ❡ “날도 날이고 해서 확인 좀 하려고.” ❡ 진궁은 불안한 기색으로 물었다. ❡ “오...

외전. 달콤쌉쌀한 스몰토크

처음에 진궁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꺼냈다. ❡ “오늘따라 공한테서 특이한 향이 나네요.” ❡ “응?” ❡ “약초 비슷한 냄새가 나요.” ❡ 조조는 가슴께를 더듬었다. 평소에 품 안에 넣고 다니던 궁궁이풀이 오늘은 없었다. ❡ “고孤도 모르겠는데.” ❡ 진궁은 조조의 허리에 찬 가죽 주머니를 가리켰다. ❡ “여기서 나는 것 같아요.” ❡ 조조는 무심코 주머니를 열었다. 길이가 한 뼘쯤 되는 풀뿌리가 나왔다. ❡ ‘아차.’ ❡ 진궁은 목을 길게 빼고 물었다. ❡ “그거 뭐예요?” ❡ 조조는 왼손으로 진궁을 밀치고는 오른손으로 다급...

급급여율령, ‘여율령’의 원래 의미

— 동아시아 귀신은 처음부터 인간의 공권력에 복종했는가?

귀신을 쫓는 주문에 쓰이는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이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율령대로 신속히 처리하라’라는 뜻이 됩니다. 여기서 ‘율령대로’라는 의미의 여율령(如律令)은 원래 전한 시대 공문서를 끝내는 상용구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관료제의 전통이 강한 동아시아에서는 귀신들이 관아의 공권력에 약하다는 해석이 종종 나옵니다. 중국 원나라 때의 유명한 희곡 《감천동지두아원》, 또 조선 시대의 《장화홍련전》 등 여러 이야기에서 죄없이 살해된 여자 귀신이 인간 관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오는 만큼, 이런 해석은 설...

순욱은 조조의 ‘자방’이 되기를 싫어했을까?

순욱은 조조와 함께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조조에게 최고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특히 조조가 순욱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의 자방”이라고 말한 것이 유명합니다. 여기서 “자방”이란 한나라를 세운 고제 유방의 모사인 장량을 말합니다. 그러니 조조는 순욱을 장량에게 빗대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유방에게 빗댄 것입니다. ❡ 한나라의 신하인 조조가 자신을 한나라의 황제에 빗대는 것은 반역의 뜻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통속연의》를 편집한 청나라 사람 모종강도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 이것은 은연중에 자신을...

역사/시대 고증은 창작물의 윤리성을 훼손하는가?

어처구니없게도 “고증”을 빌미로 삼아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창작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창작물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고증을 무시/파괴”하겠다고 선언하는 이도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전자와 같은 작품을 만드는 자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줄 필요가 있을까요? 즉, 정말로 온전한 시대 고증을 위해서는 소수자에게 차별과 폭력을 가하는 수밖에 없을까요? 작품의 “윤리적인” 측면을 중시한다면 (그리고 작품의 “윤리성”에 대한 개념이 적당히 합의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반드시 시대 ...

현대인의 렌즈에서는 난초와 먹 냄새가 나지요

순욱이 머문 곳에서 향기가 났다는 《양양기》의 일화는 언제나 사람의 심금을 울립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향을 상상해 봅니다. 이 상상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난초와 먹인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 소재는 고고하고 단아한 고대중남 지식인의 모습을 들여다볼 때 끼는 현대인의 렌즈에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현대인은 당연히 현대인의 렌즈를 끼기 마련입니다. 현대인이 현대인의 렌즈를 끼는 것은 해로운 일도 아니고, 당연히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내가 렌즈를 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이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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