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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적’ 말고 그냥 ‘황건’이라고 말해 보기

20년 전 아(雅)의 본체가 대학에서 교양수업을 들을 때의 일입니다. 정확한 맥락은 기억나지 않지만, 토론 중에 대략 누구나 인정하는 절대악의 예시로 “황건적”을 거론한 수강생이 있었습니다. 그때 “황건적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낡은 관점이다, 중국에서는 ‘황건기의’라고 높여 부르기도 한다” 하고 반박했던 기억이 납니다. 삼국지를 잘 알던 때가 아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이미 삼국지 덕후의 자질이 잠재했던 것 같습니다. ❡ 20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어로 “황건”이라는 두 글자를 단독으...

한나라의 붉은 깃발에는 과연 “漢”이라는 글자가 있었을까?

한나라를 나타낼 깃발을 고민하다가, 마왕퇴한묘 1호 무덤에서 나온 칠기 무늬를 바탕으로 君幸食(군행식)이라는 글자를 넣었습니다. 한나라를 상징한다고 하면서 왜 漢(한)이라는 글자를 쓰지 않았을까요? 그 까닭은 아(雅)가 한나라에 그런 깃발이 있었다고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중국 전국시대나 삼국시대 등을 배경으로 한 고장극에서는 군대의 깃발에 나라 이름이나 장수의 성을 커다랗게 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거의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깃발의 모습이 과연 당시의 실제 상황에 부합했을까요? ...

순욱은 과연 병으로 죽었을까?

순욱의 죽음은 대개 “빈 찬합” 밈으로 유명합니다. 이것은 소설 《삼국연의》 61회에 나온 것이고, 역사적으로는 《후한서》 본문과 《삼국지》 주석 《위씨춘추》에서 순욱이 “빈 그릇”[空器]을 받고 음독자살했다고 기록된 데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 한편, “정사”에 따르면 순욱이 “병사”했다는 주장도 많이 보입니다. 정말일까요? “정사”를 살펴봅시다. ❡ 순욱은 병이 들어 수춘에 머무르다가 근심으로 인해 죽었다. [彧疾留壽春,以憂薨] 《삼국지》 위지10 〈순욱전〉 ❡ 위 문장을 보면 순욱이 수춘에 머무른 까닭은 병이 들었기 ...

순욱의 ‘기이한 겉모습’

《삼국지》는 《한서》의 전통을 이어받아 미남에 관한 기록이 풍부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미남을 표현하는 말도 더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기(奇)’와 ‘이(異)’입니다. ❡ 현대한국어에서도 ‘기이한 재주’와 같은 말은 종종 쓰지만, ‘기이한 용모’라고 하면 왠지 그렇게까지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미남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특징이 크게 두드러지는 외모를 연상하는 일도 있습니다. 실제로, 아래의 〈도겸전〉 주석을 읽고서 도겸을 미남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습니다....

한대 여성의 이름과 자 (보충 2)

— 4년 뒤의 보충

허평군, 곽성군, 왕정군, 탁문군 등 ‘군’이 붙은 여성 이름인명은 당대 유행인가요, 혹은 일종의 존칭처럼 인명 뒤에 ‘군’이 따로 붙은 것인가요? 한 무제의 이부 누이 수성군은 봉호가 확실한 듯한데 왕정군은 이름이 정군이라 해서 헷갈려 여쭤봅니다. 조금 더하자면 이것이 현대 중국 가수 등려군과 관련이 있을까요? ❡ 전에 〈한대 여성의 이름과 자〉에서 《한서》의 여성 인명과 《후한서》의 여성 인명을 비교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한서》에서 군君으로 끝나는 인명의 사례를 좀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 탁왕손의 딸 문군文君, ...

원소가 치른 “6년상”의 진상은?

고대 중국에서는 1년이라는 기간을 어떻게 인식했을까요? 우선 나이를 세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중국에서 언제부터 나이를 만으로 세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한나라 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나라 사람들은 몇 년 전까지의 한국에서처럼 한 살로 태어났고 달력으로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을 먹었습니다. ❡ 왜 이런 방식으로 나이를 세었을까요? 나이를 만으로 세려면 태어난 날짜를 알아야 하고, 또 매년 그 날짜가 언제 돌아오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당시의 달력 보급 상황을 상상해 보면, 아마도 모든 사람이 자기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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