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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귀신을 쫓아내는 방법

— 건안9년 가을 9월, 업에서.

진궁이 지내는 곳에서 모든 문은 바깥에서만 잠글 수 있게 만들어졌다. 조조가 들어와 있는 동안에는 대문 바깥의 빗장이 풀려 있었다. ❡ 원래부터 조조의 세력하에 있던 허도와 관도에서는 발이 잘린 후 산 채로 조조에게 능욕당하는 옛 반역자의 존재를 다들 알면서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 아무도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조조가 방문할 때는 밖에서 지키는 사람을 물려도 되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원씨의 통치를 받다가 이번에 새로 점령된 업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관서 근처에 갑자기 세워진 높은 담장의 정체가 낯설었고 곧 많은 이야깃...

2-7. 끈질긴 사람들

— 건안9년 봄 2월, 업 근처에서.

진궁은 침상에서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린 채로 고개를 들어 조조에게 인사했다. 조조가 진궁을 나무랐다. ❡ “공대, 그게 주인을 맞는 태도야?” ❡ 진궁은 찡그리며 대답했다. ❡ “허리가 너무 아파서요.”1 ❡ 그런 변명을 들어줄지 말지는 주인의 마음에 달려 있었다. 위 영공이 총애한 미자하가 먹던 복숭아를 영공에게 주고 영공의 수레를 몰래 탄 것이 처음에는 죄가 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죄가 되었던 것처럼.2 그리고 조조의 눈에 진궁은 아직 귀여웠으므로 변명을 들어주기로 했다. ❡ “의학서를 보니까 자주 엎드려 있으래요.”3 ❡...

2-6. 포상

— 건안9년 봄 1월, 허도에서.

진궁이 조조와 바둑을 두어 이긴 것은 실력이 아닌 체력 덕이었다. 그는 조조보다 젊었고1 각종 사무로 기력을 빼앗길 일이 없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그에게 유리했다. ❡ 그가 상으로 요구한 것은 ‘조 공 이외의 사람과 대화할 기회’였다. 조조는 뜻밖에도 승낙했다. 어차피 그의 언변에 현혹될 위험이 없이 믿고 보낼 만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 하지만 조조는 심술부리기를 잊지 않았고 포상의 이행은 한참 시간을 끌었다. 조조가 하북으로 원정을 떠나서 새 거처를 만드는 동안 진궁은 추위에 시들어가는 화초를 어루만지며 허도에서...

2-5. 허리를 조심하세요

— 건안8년 겨울 10월, 허도에서.

조조는 마당까지 나온 진궁의 마중을 받으면서도 썩 기쁘지 않았다. 긴 옷자락이 지팡이에 걸려서 못 입겠다더니 잘도 입고 나왔다. 오른손으로 옷자락을 그러쥐고 왼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닷새 내내 저렇게 걷기를 연습한 모양이었다. ❡ 진궁은 조조가 앞서가기를 기다려서 그를 뒤따라 당으로 올라갔다. 조조는 방에 들어가 앉자마자 신경질을 냈다. ❡ “고孤 앞에서는 좀 앉아 있으라니까.” ❡ 뜻밖에 진궁은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하게 듣고만 있었다. 조조는 말투를 좀 누그러뜨리고 물었다. ❡ “‘벌’은 어땠어?” ❡ 진궁은 겸연쩍은...

2-4. 징벌

— 건안8년 가을 9월, 허도에서.

“어제 보내준 옷은 왜 안 입었어?” ❡ 조조는 지난여름 진궁의 딸을 위한 혼수를 마련할 때 비단 몇 필을 따로 빼어 진궁에게 줄 옷을 짓게 했었다. 재단부터 자수까지 공들여서 몇 달이 걸렸는데 옷걸이에 걸려만 있는 것이 섭섭했다. ❡ “옷이 많이 길더라고요.” ❡ 당연한 일이었다. 바닥에 끌리는 옷자락과 펄럭이는 소매1가 우아한 차림의 기본이니까. 진궁의 불만은 엉뚱한 데 있었다. ❡ “걸을 때 자꾸 지팡이에 걸려서요.” ❡ 조조가 듣기에는 하찮은 핑계라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 “공대가 걸어 다닐 필요가 있어? 여기 가...

손끝의 감각

군법의 관례대로 참수형을 집행하려고 벌여 놓은 도끼와 받침대1를 치우고 교수대를 설치하는 동안 진궁은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 목을 매달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까닭은 뚜렷하지 않았다. 목을 베어 달라는 진궁의 뜻대로 해 주기 싫다는 심술인지, 죽더라도 ‘온전한 몸’을 남기게 해 주려는 배려인지 조조 자신도 알지 못했다. 어쨌든 처형 방법을 바꾼다는 핑계로 조조는 진궁을 잠시 더 살려 둘 수 있었다. ❡ 하지만 시간을 번다고 해서 조조가 기대하던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진궁은 묵묵히 기다리기만 했다. 날붙이를 끈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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