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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관찰과 계량에 근거한 예측

— 건안10년 겨울 12월, 업에서.

허도에서 순욱이 불시에 들이닥쳐 진궁을 놀라게 했다면 업의 순유는 미리 기별해서 진궁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었다. 덕분에 진궁은 순유를 기다리는 내내 고통을 받을 수 있었다. ❡ 진궁은 처음과 똑같이 마루에 걸터앉은 채였다. ❡ 순유는 일단 얼굴을 트고 나자 더 친근하게 굴었다. ❡ “오늘은 마루 안에 들여보내 주세요. 선생도 겨울에 찬 데 계시면 발이 시리실 텐데.” ❡ 지난번보다 덜 침착해 보였지만 여전히 다정하고 아마도 끈질길 것이었다. ❡ “이 집 주인은 조 공이신데 포로가 감히 자기 마음대로 거절할 순 없죠....

3-1. 거울을 보는 사이에

— 건안10년 봄 정월, 업에서.

원담을 처형하고 기주를 평정한 후 업으로 돌아온 조조는 진궁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기가 없는 동안 그가 안 하던 짓을 한다는 보고를 받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늘 풀고 있던 머리를 올려서 건으로 싸매고 있었다. ❡ 조조는 진궁을 한참 쳐다보고 헛기침을 하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 “품고 싶으면 품어도 돼.” ❡ “뭐라고요?” ❡ “뭘 그렇게 놀라? 설마 고孤가 질투할 것 같았어?” ❡ “대체 무슨 소리예요?” ❡ 진궁이 모르는 척 둘러대는 것도 귀여웠으나 조조는 엄격함을 되찾았다. ❡ “고孤한테 차여 놓...

2-8. 귀신을 쫓아내는 방법

— 건안9년 가을 9월, 업에서.

진궁이 지내는 곳에서 모든 문은 바깥에서만 잠글 수 있게 만들어졌다. 조조가 들어와 있는 동안에는 대문 바깥의 빗장이 풀려 있었다. ❡ 원래부터 조조의 세력하에 있던 허도와 관도에서는 발이 잘린 후 산 채로 조조에게 능욕당하는 옛 반역자의 존재를 다들 알면서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 아무도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조조가 방문할 때는 밖에서 지키는 사람을 물려도 되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원씨의 통치를 받다가 이번에 새로 점령된 업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관서 근처에 갑자기 세워진 높은 담장의 정체가 낯설었고 곧 많은 이야깃...

2-7. 끈질긴 사람들

— 건안9년 봄 2월, 업 근처에서.

진궁은 침상에서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린 채로 고개를 들어 조조에게 인사했다. 조조가 진궁을 나무랐다. ❡ “공대, 그게 주인을 맞는 태도야?” ❡ 진궁은 찡그리며 대답했다. ❡ “허리가 너무 아파서요.”1 ❡ 그런 변명을 들어줄지 말지는 주인의 마음에 달려 있었다. 위 영공이 총애한 미자하가 먹던 복숭아를 영공에게 주고 영공의 수레를 몰래 탄 것이 처음에는 죄가 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죄가 되었던 것처럼.2 그리고 조조의 눈에 진궁은 아직 귀여웠으므로 변명을 들어주기로 했다. ❡ “의학서를 보니까 자주 엎드려 있으래요.”3 ❡...

2-6. 포상

— 건안9년 봄 1월, 허도에서.

진궁이 조조와 바둑을 두어 이긴 것은 실력이 아닌 체력 덕이었다. 그는 조조보다 젊었고1 각종 사무로 기력을 빼앗길 일이 없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그에게 유리했다. ❡ 그가 상으로 요구한 것은 ‘조 공 이외의 사람과 대화할 기회’였다. 조조는 뜻밖에도 승낙했다. 어차피 그의 언변에 현혹될 위험이 없이 믿고 보낼 만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 하지만 조조는 심술부리기를 잊지 않았고 포상의 이행은 한참 시간을 끌었다. 조조가 하북으로 원정을 떠나서 새 거처를 만드는 동안 진궁은 추위에 시들어가는 화초를 어루만지며 허도에서...

2-5. 허리를 조심하세요

— 건안8년 겨울 10월, 허도에서.

조조는 마당까지 나온 진궁의 마중을 받으면서도 썩 기쁘지 않았다. 긴 옷자락이 지팡이에 걸려서 못 입겠다더니 잘도 입고 나왔다. 오른손으로 옷자락을 그러쥐고 왼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닷새 내내 저렇게 걷기를 연습한 모양이었다. ❡ 진궁은 조조가 앞서가기를 기다려서 그를 뒤따라 당으로 올라갔다. 조조는 방에 들어가 앉자마자 신경질을 냈다. ❡ “고孤 앞에서는 좀 앉아 있으라니까.” ❡ 뜻밖에 진궁은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하게 듣고만 있었다. 조조는 말투를 좀 누그러뜨리고 물었다. ❡ “‘벌’은 어땠어?” ❡ 진궁은 겸연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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