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포스트

2. 죄 짓기를/처벌 받기를 기다리다 [待罪] [🔒 무료 미리보기]

한나라에서 공무원은 평생직장이 아니었습니다. 법령이 워낙 빡빡해서 관리들도 다 지키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한나라 초대 황제 유방이 진나라의 수도 함양을 점령한 뒤 진나라의 가혹한 법령을 다 폐지하고 세 가지만 남긴다는 “약법삼장”을 실시했다고 하지만, 결국 통일 후에는 진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심지어 백수십 년이 지난 효선제 때까지도 진나라의 적폐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 관리가 법령을 위반해서 쫓겨나는 정도면 다행이었습니다. 심하면 사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효...

1. 백 년 뒤 [百歲後] [🔒 무료 미리보기]

중국 고대를 배경으로 창작을 할 때 어떻게 하면 더 생생한 대사를 쓸 수 있을까요? 일단 어미를 ‘하게’나 ‘하오’로 끝내고 한자어를 많이 넣습니다. 고사성어를 잘 인용하면 더욱 좋겠지요. ❡ 하지만 단어를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이 아둔한 사람! 머리를 써 보게!”나 “화무십일홍이라 하나 저런 소인배가 하루아침에 권력을 잡은 꼴을 보고 배가 아플 자도 많을 거요.” 같은 대사가 아주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쓰다’, ‘배가 아프다’와 같은 말이 한국어의 관용구라는 것을 의식하고 나면 공연히 신경이 쓰입니...

3-8. 적벽 [완결] [🔒 무료 미리보기]

— 건안13년 봄 정월, 업에서.

“나는 공公이 모르는 줄 알았어요.” ❡ 조조는 뜬금없는 소리를 듣고 황당했다. ❡ “무슨 소리야?” ❡ “공公이 워낙에 뻔뻔스럽게 구니까, 형벌로 발목을 잘리면 세상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정말 모르는 줄 알았죠. 그 정도면 괜찮았어요. 나를 막 대하고 희롱하기는 하지만 그건 공公이 못돼먹었고 내가 공에게 반기를 든 전력이 있어서지, 내가 형여刑餘의 몸이라서 멸시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3-7. 손님 [🔒 무료 미리보기]

— 건안13년 봄 정월, 업에서.

진궁은 왜 뜰에 나와 있느냐고 조조가 캐묻기 전에 미리 말했다. ❡ “밖에서 향기가 나서 공公이 오신 걸 알았어요.” ❡ 조조는 기분이 좋아져서 받아 주었다. ❡ “사공부 후원에 매화가 많이 피었어.” ❡ 진궁도 열심히 호응했다. ❡ “궁금하네요. 꽃 붙은 가지라도 하나 보여주시면 안 돼요?” ❡ 하지만 조조는 펄쩍 뛰었다. ❡ “살아 있는 나무에서 가지를 꺾어 오라니 경卿은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소리를 할 수 있어?” ❡ 진궁은 할 말을 잃고 한 손으로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면서 조조를 바라볼 뿐이었다. 조조는 정색을 하고 더 ...

3-6. 매뉴얼 작성자의 정체와 색다른 제안

— 건안12년 가을 8월, 업에서.

진궁이 화분에 심은 호유胡荽1의 잎을 뜯고 자투리 천으로 싸서 품에 넣는 것을 시자가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들이 들이닥쳐 몸수색을 벌였다. 진궁의 겉옷을 풀어 헤치자 곧 풀을 싼 천이 떨어졌다. 병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포박해서 당 아래에 꿇어앉혔다. ❡ 돌로 된 바닥 위로 눌린 진궁의 다리가 저리다 못해 경련을 일으킬 만큼 시간이 지나서야 사공부 별채의 문이 열리고 이쪽으로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진궁의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조조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길었다. 진궁은 상대의 얼굴을 잠깐 볼 생각으로 고개를...

3-5. 모주의 마지막 식사와 마지막 계책

— 건안12년 봄 2월, 동무양에서.

이번 여정은 여러모로 평소와 달랐다. 일단 장료가 인솔하는 것부터가 예외적인 일이었다. ❡ 전날과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전사傳舍에 도착했을 때 사장舍長이 불편해하기는커녕 최고급 대사代舍1를 내어 주는 일은 처음이었다. 호송 문서를 훑어보는 사장의 얼굴에 비웃음이 비쳤던 듯도 했지만 장료는 자기가 잘못 본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 진궁이 수레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버틴 것도 처음이었다. 물론 그의 저항은 아무 효과도 없었다. 장료는 이곳이 진궁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내지 못했다. 떠올렸다고 해도 그가 왜 수레 안에 처박혀 있으...

1 28 29 30 31 32 33 34